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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 자녀들의 입시 관련 의혹 등을 조사받기 위해 5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 됐다. 사진은 이날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의 모습.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검찰 조서 열람에 유난히 긴 시간을 쏟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조서 열람은 검찰의 일방적 조서 작성을 막기 위한 피의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한 것은 검찰 수사 속도를 늦춰보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는 첫 소환 이틀 만인 전날 2차 소환 조사를 받았다.

오전 9시께 비공개로 소환된 정 교수는 15시간 만인 오후 11시 55분께 귀가했으나, 1·2차 조서 열람 시간과 휴식 등을 뺀 실제 조사 시간은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 40분까지 2시간 40분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피의자는 통상 검찰 조사를 받고 나면 변호인과 함께 신문 조서를 검토한 뒤 본인 진술과 다르게 기재됐거나, 취지가 다르게 적힌 부분 등을 수정한 뒤 서명·날인한다.

정 교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첫 소환 때 작성된 조서를 열람했으며,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 55분까지는 2차 소환에서 작성된 조서를 열람한 뒤 서명·날인했다.

정 교수 측은 검찰 조서가 법정에서 증거 능력(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쓰이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이 인정되는 만큼, 자신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명력 있는 증거가 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조서를 따져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마라톤 조서 열람'을 통해 자신의 진술 내용이 조서에 제대로 적혔는지를 꼼꼼히 살펴봤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랜 시간 조서를 검토하고서도 재판 과정에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내가 진술한 것이 원래 취지와 (얼마나) 달리 이해될 수 있는지 보고 깜짝 놀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교수 입장에서도 유죄 입증을 목표로 한 검찰 측 조서 작성이 일방적·의도적이 아닌지 신중히 검토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당연한 방어권 행사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로 수사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검찰 수사의 적절성을 놓고 촛불집회가 열리고 청와대·여권이 잇단 경고 메시지를 내놓는 상황에서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검찰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보다는 이미 재판 절차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나 공판 절차에 대비해 검찰이 확보한 주요 증거와 진술 등을 '암기'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검찰 수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검찰의 신문 내용을 통해 역으로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방어 전략을 세우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먼저 기소돼 오는 18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사문서 위조 혐의 사건과 관련해서도 법원에 사건기록 열람·복사 허용을 신청해둔 상태다.

방어권 행사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정 교수가 과거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와 건강 상태 등 사유로 장시간 조사가 어려운 상황까지 더해져 조사 일정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추후 다시 출석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주중 한두차례 더 소환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초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 일정이 길어지면서 신병처리 결정도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정 교수가 조 장관 일가 관련 의혹 대부분에 연루되고 PC 하드디스크 교체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한 만큼 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영장이 기각될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해 신중론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