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나라 곳간이 점점 비어가고 있다. 나갈 돈은 많은데 들어 오는 돈이 적으니 나라 살림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0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8월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3조7천억원이 감소했다. 이로써 올 들어 통합재정수지 적자규모는 22조3천억원으로 늘었다. 국가채무도 올해만 46조원 늘어난 697조9천억원으로 7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인한 기업들의 수지악화가 세수감소를 부른 게 주원인이다. 이런데도 복지·일자리 사업 중심으로 정부지출이 크게 늘면서 재정적자는 급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조금 부정수급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는 8일 보조금 수급 실태 집중점검 결과 올해 7월까지 12만869건에 총 1천854억원 규모의 부정수급을 적발, 647억원을 환수했다고 발표했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국가채무는 늘어나고 있는데 고용분야, 어린이집 같은 복지분야에서 보조금 부정수급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소득이 있는데도 무직자 행세를 하며 생계급여를 받다가 덜미를 잡힌 경우도 허다했다. 피 같은 세금이 엉터리로 집행된 것이다.

재정이 이런데도 각종 보조금은 크게 늘고 있다. 물론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선 인위적인 재정지출은 불가피하다. IMF(국제통화기금) 등도 우리 정부에 적극적 재정지출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94조5천억원의 각종 보조금이 2년 만에 124조4천억원으로 늘어난 것은 누가 봐도 과하다. 부정수급자를 색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지를 빙자해 세금이 무분별하게 살포되고 있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매출은 62조원, 영업이익 7조7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매출 5.29%, 영업이익 56.18%나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이러니 다른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들의 영업수지 악화는 내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세수 부족도 계속돼 재정적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데도 내년 예산은 513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4월엔 총선도 있다. 포퓰리즘 정책이 춤을 출 것이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이 낮아 아무 문제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구 퍼주다가는 반드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포퓰리즘 정책을 자제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것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