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만여 마리 중 32만 '수매·살처분'
'특별한 희생' 요구되며 반발 커져
경로 여전히 미궁… 장기화 조짐도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17일로 꼭 한 달이 됐다. 사육하던 돼지 절반이 불과 한 달 만에 사라질 처지인 경기북부는 그야말로 양돈산업이 초토화됐다.
한 달 간 필사적으로 막은 결과 남쪽으로 확산되는 것은 저지했지만 이제서야 야생멧돼지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허술한 대응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와중에 16일 연천군에서 돼지열병 추가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등 확산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 초토화된 경기북부
=도무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돼지열병에 발생지역인 파주·김포·연천은 지금도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기북부에 비해 사육 규모가 큰 경기남부, 나아가 충청지역까지 확산될 경우 국내 양돈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만큼 지역 내 사육 중인 돼지 전량을 수매 혹은 살처분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려졌다.
16일 현재 경기북부에서 사육하던 돼지 57만여 마리 중 3개 지역 돼지 32만여 마리는 이미 살처분됐거나 수매 등을 앞두고 있다. 60% 가까이가 사라지는 것이다.
발생지역 농가들에 '특별한 희생'이 요구되면서 반발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5일 생계안정 대책 등을 내놨지만 돼지열병의 특성상 재입식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하더라도 1년 이상은 족히 걸리는 만큼 지원책이 역부족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는 17일 오전 이재명 도지사를 만나 최장 6개월밖에 지원되지 않는 생계안정자금의 현실화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 원인 모르고 방역도 구멍…혼란의 한 달
=최초 발생 후 한 달 간은 혼란이 거듭됐다. 최근에서야 야생멧돼지가 원인으로 지목돼 총기까지 동원, 포획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뚜렷한 발생 경로 등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전방위적인 방역에 나서느라 도에서만 공무원, 군인, 경찰, 관련 단체 관계자 등 수천명이 동원됐다.
초강수를 두며 필사적으로 저지한 터에 경기도내에선 아직 파주·연천·김포 3개 지역 외에선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량 이동이 추가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나는 등 허술한 방역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남북간 평화협력의 중요성도 다시금 조명됐다.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앞서 돼지열병이 발생한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공동방역 필요성이 커졌지만 교착 국면 속 우리 측 요청에 북한에서 한 달 간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산 공포가 여전한 가운데 돼지열병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한 달 간 돼지열병은 1주일가량 소강 상태를 보이다 다시 발생하는 패턴을 보였다.
지난 9일을 마지막으로 1주일간 양돈농가에서의 발생이 잠잠했는데 계속해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