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묻힐 의도 없었다" 일관
신체감정 안해 의도 입증 못해

"뒤통수에서 정액 성분이 나왔는데 왜 무죄야?"

서울과 군포를 오가는 버스에서 맨 뒷자리에 앉아 앞 좌석에 앉아있던 30대 여성의 뒷머리를 향해 정액을 뿌린 혐의로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39)씨에 대해 항소심이 "여성 뒷머리에 묻은 정액이 그의 것이 맞다"면서도 무죄를 선고(10월 16일자 9면 보도)하자 시민들은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며 분개하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8부(부장판사·송승우)는 최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위반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A씨와 변호인은 술에 취해 자위행위를 하다 피해자에게 정액이 튄 것이라거나 자기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나온 정액이 손이나 의복에 묻어 있다 우연한 기회에 피해자 머리카락에 묻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인이 수사기관 이래 항소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위행위를 한 바 없고 정액을 고의로 피해자 머리에 묻게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비염으로 재채기를 했을지언정 정액을 묻힌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당시 A씨의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해 감정을 의뢰했을 뿐 A씨의 손이나 다른 신체에 정액이 묻어있는지 확인하지 않아 감정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아울러 행위의 의도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공소사실에 기재된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를 향해 사정하거나 정액을 뿌려 고의로 피해자 머리에 정액을 묻게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타액과 정액이 다른 경로를 통해 피해자 뒷머리에 묻게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