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축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초토화가 된 인천 강화·경기지역 농장주들이 정부의 지원 방안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17일 오전 사육하던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한 인천시 강화군의 한 농가 돼지축사가 텅 비어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농식품부 대책, 돼지 값 보상·생계안정 月 최대 337만원 그쳐
모돈 입식~출하 기간 순이익 손실 수억원 달해… 현실화 호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직격탄을 맞은 인천 강화·경기 지역 농장주들이 최근 정부가 내놓은 지원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돼지를 다시 길러내기까지 약 2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보다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ASF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ASF 발생 농장과 예방적 살처분 농장에 시가 보상금을 지급하고, 다시 소득이 생길 때까지 생계 안정을 위해 최장 6개월까지 매달 최대 337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살처분한 돼지 값을 보상하고, 생계안정자금, 정책자금 상환 연장 등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피해 농가들은 정부의 지원 방안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피해 농가에서 다시 소득이 생기는 기간을 6개월로 예상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간은 약 2년이다.

통상적으로 돼지를 출하하는 과정을 보면 모돈(母豚)을 들여와 수정하는 데까지 3개월, 임신 4개월, 새끼 분만 후 출하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

돼지를 출하해 소득을 얻기까지 꼬박 1년이 넘게 걸린다. 게다가 돼지를 다시 들여오려면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야생 멧돼지의 ASF 문제가 심화하면서 언제 돼지를 다시 들여올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의 접근 방식이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셈이다.

농장주들은 2년 동안 생계 수단이 완전히 끊기는 점을 고려해 경영손실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천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농가 기준, 2년간 순이익 손실은 약 4억5천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강화에서 약 2천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한 A(48)씨는 "돼지 값에 대한 보상금은 수개월간 사용하지 않아 훼손된 시설을 보수하고 모돈을 구입하는 데 쓰면 정작 한 달에도 다 쓸 수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한 사업체가 무너지고, 앞으로 2년은 소득 없이 매달 수 천만원의 사료값만 써야 한다. 예방적 살처분에 동참한 대가가 너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최근 피해 농가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보상금 현실화 등 요구 사항을 인천시에 전달한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농장주들의 요구 사항을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하고 있다"며 "농장주들과 계속해서 협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포·파주·연천 등 일부 경기 지역 피해 농장주들은 보상 비용뿐 아니라 농가가 갚아야 할 축사 시설 현대화 자금의 상환 문제 등으로 수매 신청을 거부하고 있어 보상은 앞으로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장주들의 요구 사항을 검토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계속해서 피해 농장주들과 소통해 나가겠다"고 했다.

/신지영·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