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한 달 만에 야생멧돼지 포획작전이 시작됐다. 휴전선 일대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정부는 지난 13일 허둥지둥 야생 멧돼지 포획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혼선을 빚으면서 정부의 ASF 대응이 총체적인 불신을 사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민·관·군 합동 멧돼지 포획팀이 연천군 일부 지역에서 ASF를 막기 위한 야생멧돼지 총기포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상 지역은 연천군 왕징면 강서리와 장남면에서 감염 돼지가 발견된 곳으로, 반경 5㎞ 내에 철책을 친 뒤에 총기를 사용해 멧돼지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당초 환경부는 ASF가 발생한 지역을 총기포획 대상 지역에서 제외했다. 포획 시 발생하는 출혈, 엽견(사냥견)의 활동으로 오히려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신 발생지역에 포획틀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1년에 2마리 잡은 포획틀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하루 만에 총기 포획 결정으로 번복한 것이다. 늦어도 한참 늦은 멧돼지 포획 계획마저 혼선을 빚은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총기포획을 시행하게 됐지만 일부 지역에 한정되고 나머지 지역은 포획틀·포획트랩을 고수해 논란은 여전하다. 발생지역에서 이뤄지는 총기포획 방식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시가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총기포획을 통해 17일까지 23마리를 포획했지만 시료채취 없이 전량 매몰처분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방역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파주 발견지점은 1차 발생농가와 인접하고 콩 등 먹거리가 풍부한 지역인데다 연천지역 역시 지난 3차 감염 멧돼지 발견 지점과 인접한 곳이다.
환경부는 서식지 별로 멧돼지 도주 가능 경로를 차단하면서 일제 포획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수렵인 300~600명이 30일 가량 작업할 때 예산만 18억~36억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선택하지 않았다. 전쟁 같은 포획 작전을 수행하면서 비용을 이유로 소극적이라면, 멧돼지 포획작전이 전시행정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닌가. 야생 멧돼지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활동반경이 오히려 더 넓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예방적 살처분으로 소중한 집돼지 수십만 마리를 매몰처분하고 있는데 정작 야생 멧돼지 포획 대책이 전시행정 수준에 머문다면 피해 농가를 비롯해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뒤늦은 멧돼지 포획대책 마저 전시행정인가
입력 2019-10-17 20:25
수정 2019-10-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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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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