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민자사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은 16일 의정부경전철 전 사업자들이 의정부시를 상대로 낸 투자금 반환소송에서 의정부시가 전 사업자들이 청구한 1천153억원과 연 12~15%의 이자인 약 12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무려 의정부시 1년 예산의 10%를 넘는 금액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전 사업자들이 원래 의정부시에 요구한 반환 투자금은 2천148억원이다. 인지대 등 소송비용을 감안해 절반가량만 반환소송을 낸 만큼,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나머지 금액에 대한 소송에 나설 것은 불문가지다.

의정부시는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민간 사업자가 스스로 파산을 선고했는데, 투자금을 보전해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정부경전철은 총 사업비 5천470억원을 의정부시와 민간 사업자가 각각 48%와 52%를 분담해 2012년 개통했다. 하지만 누적 적자가 3천600억원대에 이르자 민간 사업자가 2017년 5월 파산을 신청한 뒤 투자금 반환소송을 낸 것이다. 만일 1심 판결이 확정되면 민간 사업자는 큰 손실 없이 사업을 정리하게 된다. 반면 의정부시는 최악의 경우 1년 예산의 20% 이상을 목돈으로 물어주는 것은 물론, 경전철 운영에 따른 적자를 계속 감수해야 할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의정부시 법률 대리인이 "이번 판결로 20∼40년 운영하기로 약속하고 건설해 시공 이익을 챙긴 뒤 막상 운영하다 장사가 안 되면 파산하고 투자금만 받아 가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한 대목이 눈에 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민자사업은 662개이다. 이 중 지자체가 매년 216억원과 400억원의 손실보전금을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용인 경전철과 김해 경전철은 세금먹는 하마로 유명세를 탄지 오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민자사업을 원점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업 중단에 따른 민간 사업자의 책임을 묻기 힘든 민자사업 구조를 고쳐야 한다.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민간투자자 보호 조치가 오히려 민간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투자자들의 사업 책임성을 높여야 민자사업의 사전 타당성 검토로 정밀해질 수 있다. 손해가 뻔한 사업에 투자할 사업자가 어디 있겠는가. 세금으로 경영손실을 보전할 수 있고, 투자금까지 회수할 수 있으니 눈 먼 민자사업이 독버섯 처럼 번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