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가 도청에서 진행된 국감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성남시장으로서 한 번, 도지사로서 두 번이다. 앞선 국감에선 두 차례 모두 그를 둘러싸고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굽히지 않고 맞받아치는 이 지사의 모습도 한몫을 했다.
2014년 판교 환풍구 사고 이후 성남시장으로서 경기도 국감에 출석한 그는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 자리에서 웃었다"는 조원진 의원의 지적에 "기가 막혀서 웃었다"고 응수했다. 국감 증인의 발언으로 쉬이 나올 수는 없는 말이었다. 지난해 도지사로서 치렀던 첫 국감에서도 제소 현황을 요구하는 보수진영 측에 "국감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맞섰고, 급기야 4년 전 그와 '웃음 공방'을 벌였던 조 의원이 "의원하면서 수감기관 증인이 서류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 지사의 가족 문제 관련 녹취 파일을 틀겠다고 으름장을 놔 국감이 파행되기도 했다.
올해 국감에선 의원들도, 이 지사도 차분했다. 답변 역시 비교적 간결했다. 개인사에 대한 질문에도 "오해", "제가 아는 것과 다르다" 정도로만 짧게 답했고 과거 SNS 발언의 적절성 지적에는 "과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소의 소신을 힘 있는 어조로 조목조목 밝히고 공세에는 더 크게 맞불을 놓는 '투사'의 모습은 적어도 이날 국감에선 없었다. 도백으로서의 관록이 더해진 터일까, 몰아치는 일에 힘이 빠진 터일까.
지난해 도지사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이 지사는 지쳐있었다. 그럼에도 잠긴 목에서 쥐어짜듯 내는 목소리엔 왠지 모를 힘이 실려있었다. 당선무효 위기 속 돼지열병 사태 등으로 도정마저 녹록지 않다. 그의 표현처럼 '전쟁' 같은 나날이지만 이 지사 특유의 기개마저 지워지게 될까, 유독 차분했던 국감이 괜히 헛헛하게 느껴졌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