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종목 선수용 '대안학교' 준비
초중고 통합, 오전 수업·오후 훈련
교육과정 재량, 자유로운 운동 가능
체육계 "역사·전통 사라져 논의를"

경기도교육청이 운동선수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안정적인 교육 여건 보장을 위해 초·중·고를 통합한 경기체육학교 신설을 구상,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엘리트체육 등 학교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와 종목 단체는 체육학교 신설이 기존 운영되던 학교 운동부의 축소 등 여러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운동 선수들을 위한 대안학교 형태의 새로운 체육 학교 신설을 준비 중이다.

도교육청이 구상 중인 체육학교는 오전에는 학교 수업을, 오후에는 학생들이 원하는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학교에서 훈련할 수 있는 종목들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지만 축구, 야구와 같은 인기 종목은 배제하고 선수 육성이 필요한 기초 종목들이 대상이다.

대안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통합해 운영할 수 있고, 교육과정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대안학교 장이 학칙으로 정할 수 있어 대안학교 방식의 체육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는 학생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처럼 수업을 모두 마치고 운동을 해야 하는 등 경기력 향상에 어려움이 있다"며 "또 안전 사고 등의 이유로 학교에서 운동부를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학교 신설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종목 단체와 일부 학교들은 학교 운동부 경기력 하락이나 코치 일자리 축소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내 한 종목단체 관계자는 "지난 1995년 경기체고가 설립되면서 실제 많은 중·고등학교 운동부가 해체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체육 학교가 생기게 되면 일반 학교들은 선수 수급에 어려움은 물론 코치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체육계 관계자도 "최근 주 52시간 실시, 운동부 기숙사 운영 금지 등으로 학교 운동부가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며 "학교 운동부들이 갖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자칫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종목 단체들과 운동부, 학교가 이를 위해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체육학교 설립은 아직까지 논의 중인 단계에 있다"며 "학력 인정 여부 등을 비롯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수은·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