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필요없고 저렴해 '확산세'
소비자원, 국내외 사이트 실태조사
식별표시 없거나 유통경로 불분명
불법약 가능성 커 안전 담보못해

탈모 때문에 고민하던 양모(43)씨는 지난달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고 인도산 탈모약을 해외 직구로 구매했다.

국내에서 탈모약을 구하려면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데다 가격도 한달치가 5만원 가량으로 만만치 않지만, 인도에서는 처방전 없이도 반값에 약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간 기다려 받은 탈모약의 포장지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기존 제품과 달랐다. 양씨가 받은 제품은 오리지널 약을 복제한 일명 '카피약'으로 성분도 불분명했다.

평소 국내에서 정식으로 처방받은 발기부전치료제를 사용해왔던 김모(53)씨는 최근 베트남에서 구한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했다가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 증상을 겪었다.

결국 김씨는 창피한 마음에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온종일 부작용으로 고생해야만 했다.

처방전 없이도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약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의약품 해외 직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효과를 인정받은 정식 의약품 외에 불법 의약품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 부작용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 사이트 및 구매 대행 사이트 15곳에서 전문의약품 30개를 주문해 유통 및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처방전 없이 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고 대부분 제품이 품질 및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30개 제품 중 10개 제품은 첨부 문서가 동봉되지 않았으며 6개 제품은 원 포장과 달랐고 14개 제품은 식별표시가 아예 없었다.

또 상당수 제품은 판매국과 발송국, 제조국 등이 서로 달라 유통경로가 불분명했다.

이런 경우 용법과 용량 등의 정보 확인이 불가능해 오·남용하기가 쉽고 성분과 함량 등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불법의약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의약품마다 자가소비용 허용 물량이 정해져 있어 정해진 양을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의약품이 불법의약품이 아닌지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량 복용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