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작황 부진 작년比 98%↑
손님들 발길 '뚝'… 상인들 '한숨'

김장철을 앞두고 너무 오른 배춧값과 뭇값 탓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대목을 놓칠까 상인들의 마음이 초조해지고 있다.

24일 오후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점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매년 이맘때만 되면 쉴새 없이 바빠져 끼니를 놓치기 십상이었지만 올해는 삼시 세끼 꼬박 챙겨 먹고 있다. 손님이 없기 때문.

 

그나마 주기적으로 김치를 담그는 단골 음식점 업주들이 배추를 사가지만 품질이 떨어졌다는 푸념에 마음마저 편치 못하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양모(49)씨도 비싸게 들여온 배추가 팔리지 않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배추를 찾는 손님이 너무 없어 다가오는 김장철에 배추를 판매목록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양씨는 "당일 들여온 배추는 적어도 이틀 안에 판매해야 하는데 손님이 정말 없을 때는 헐값에 넘기거나 지인에게 공짜로 주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고랭지·상품) 10㎏의 도매가격은 1만5천600원으로 전년 동기(7천880원) 대비 98.0%, 일평년(5천920원) 대비 163.5% 상승했다. 

 

올해 가을배추 전체 생산량은 전년 및 평년과 대비해 각각 14.9%, 14.7% 감소한 119만5천t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배춧값 폭등과 생산량 저하는 '링링' 등 가을철 잇따라 한반도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인한 작황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가을배추는 통상 8월에 정식과정과 생육기간을 거쳐 9월 말~10월 초순에 수확되는데, 이 시기 과도한 수분 노출 등으로 무름병 및 각종 바이러스 감염 피해를 입어서다. 이에 상품성이 떨어지고 출하량 자체도 줄어 가격 상승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aT 관계자는 "본격적인 김장철까지 예년과 같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