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성범죄 4년새 1.89배↑
재판부따라 집유·징역형 제각각
벌금형 71% '솜방망이 처벌' 지적
늦어도 내년 1월 양형기준안 설정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정유미 분)이 산후·육아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때. 김지영의 회사 동료들은 '몰카 포비아(공포증)'에 치를 떤다. 보안요원이 3층 여자화장실 변기 칸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3층 화장실 가지마. 가지 말라면 가지 마."

사내 비밀연애를 하는 한 남성 직원은 연인을 회사 옥상으로 불러내 막무가내로 3층 화장실을 가지 말라고 하다 추궁에 못 이겨 불법촬영물이 온라인에 떠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김지영의 동료들은 몰카 영상과 사진을 음란 사이트에서 보고도 쉬쉬한 남성 직원들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다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다.

자신의 은밀한 신체 부위가 담겼을지 모를 촬영물을 확인하러 오라는 통지를 경찰서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가 여성들의 일상적인 공포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짚었다.

불법촬영 성범죄 가해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몰카범은 지난 2014년 2천905명에서 지난해 5천497명으로 1.89배 증가했다.

피해자는 총 3만1천821명으로 여성이 3만915명(97.2%)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남성은 906명으로 나타났다.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의 벌칙 규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재판부에 따라 들쑥날쑥한 선고를 하거나 전반적으로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분석한 2011년 1월부터 2016년 4월 30일까지 선고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판결문 1심 1천540건의 양형은 벌금형이 71.97%, 집행유예가 14.67%, 선고유예 7.46%, 징역형이 5.32%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대법원 7기 양형위원회는 늦어도 내년 1월께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안을 마련하고 전반기 활동이 끝나는 내년 4월 26일까지 양형 기준을 설정할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양형위원회가 전반기에 양형을 설정할 죄명이 디지털 성범죄와 군형법상 성범죄"라며 "계획상 내년 1월 6일까지 설정안을 마련하고 관계기관 의견 조회를 거쳐 늦어도 3월 초에 기준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