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부터 내일까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청취하고 오는 31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연다. 조국 정국을 거쳐 검찰개혁과 선거제 개편 법안이 지정되어 있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정국과 예산 정국의 본격적 시작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여야의 대치로 역대 법안 처리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와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무난한 처리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사태 이후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당력을 집중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었다. 사법개혁안은 오늘부터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지만 한국당을 비롯해서 소수야당들이 사법개혁안의 선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공수처 설치 등의 법안이 통과될 확률은 낮다.

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대안신당, 정의당, 평화당에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위한 공조를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민주당이 조국 전 장관 임명의 합리화를 위해 선거법 개정안을 제쳐두고 공수처 설치를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실현 가능성도 낮을 뿐만 아니라 지난 4월의 패스트트랙 합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만약 공수처 설치 법안이 먼저 통과된다면 선거제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민주당과 아예 반대하는 한국당의 생각 때문에 선거법 개정이 물 건너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조국사태에서 보듯이 양 극단의 지지자들과 정치세력의 당파적 양극화는 한국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통합을 방해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제 개혁을 통한 정치개혁은 공수처 설치 등의 검찰개혁보다 시급한 과제임이 입증됐다. 준연동형이지만 비례성 강화로 다양한 정당이 출현하면 그만큼 양대 세력의 극단적 갈등은 줄어들 여지가 있어서다.

민주당은 지나치게 검찰개혁에 집착한 나머지 보다 중요한 선거법과 개혁법안을 소홀히 다루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슈퍼예산이라 불리는 513억5천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이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적자국채 규모가 역대 최대인 6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어서 세수증가가 없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이 우려되고 있다. 각종 개혁법안과 원만한 예산심의를 위해서라도 과도하게 공수처 설치에 집착하는 듯한 행태는 지양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