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힘써왔지만, 비정규직 규모가 1년 전보다 86만7천명 불어났다는 통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등 정규직화를 독려해온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이에 정부가 브리핑을 열고 조사 방식의 변화로 이번에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 35만~50만명이 새롭게 포착됐기 때문에 과거 통계와 증감을 비교하는 게 불가하다고 해명했다.
통계 공표 직후 강신욱 통계청장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연이어 브리핑을 열고, 이번 조사는 국제노동기구(ILO)가 25년 만에 개정한 종사상 지위분류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경제활동인구조사와 '병행조사'를 함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 약 35만∼50만명이 추가 포착됐다고 강조했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 결과 과거에는 정규직으로 분류됐던 35만~50만명이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로 추가로 잡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포착된 인원을 걷어내더라도 증가 폭 37만~52만명이 남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다른 요인들도 제시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기법상 특이요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올해 취업자 증가 폭(51만4천명)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32~33% 정도 되기 때문에 그 비율만큼(16만5천명 가량)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재정 일자리 사업, 고령화와 여성 경제활동인구 확대, 서면 근로 계약서 작성 등 기타 제도 관행 개선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 인원은 제시하지 않고서 이처럼 언급했다.
김 차관은 또 '사업체 기간제 근로자 현황 조사', 고용보험에 가입된 기간제 근로자 수, 고용 형태별 근로자 공시 등 다른 조사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급격한 증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들면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87만명이 갑자기 불어난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설명과 다른 견해를 내놨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 전문위원은 새로 포착된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하고 최소 37만명의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과 관련,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과 올해 청년층에서 졸업생보다 재학생 취업이 늘면서 시간제 일자리로 일부 흘러 들어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부수적으로 경기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비정규직 규모가 급증한 데 대해 "기업에서 정규직을 안 쓰고 비정규직을 쓰려는 수요가 많은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이며, 그런 점이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보다 영향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하강 국면에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노동시스템을 개혁하면 상대적으로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효과밖에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구조조정을 하고, 최저임금을 많이 올려 고용이 안 늘어나니 노인 일자리를 10만여개 늘렸고, 청년층은 단시간 근로가 증가했는데, 모두 비정규직으로 분류된다"며 "정책 효과로 비정규직이 늘어난 사실을 받아들이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