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등록 가능" 속여놓고, 퇴짜 맞자 간판 등 투자비용 나몰라라
일부만 납부된 관납료엔 "직원이 횡령… 금액 더 내면 해결" 발뺌

샐러드전문점을 운영하는 A(33·여)씨는 무책임한 상표등록 대행 특허법률사무소 탓에 창업 수개월 만에 간판까지 교체했다.

A씨가 상표출원·등록 대행을 맡긴 변리사 사무실은 무자격으로 변리사 면허를 빌려 온라인으로 영업을 하며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김모(32)씨 등(9월 10일자 7면 보도)이 개입한 경희법무법인의 '애니상표'였다.

애니상표는 2017년 7월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접수)했다는 안내 메일을 A씨에게 발송했다. 당시 김씨는 변리사법 위반으로 복역 중이었다.

특허청으로부터 거절당할 여지가 없다는 안내를 받은 A씨는 창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인테리어와 간판까지 점포를 꾸몄지만, 특허청에서 유사 상표가 있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을 거절했다. 결국 A씨는 초기 투자비용을 고스란히 날렸다.

A씨는 "대행 사무소에서 상표 출원·등록 모두 가능하다고 확답했기 때문에 점포도 꾸미고 진행을 했다"며 "출원 반려 통지에 대한 안내뿐 아니라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는데도 재출원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등 오리발만 내밀었다"고 토로했다.

상표등록 대행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상담 과정에서 정보 전달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심사결과불복심판을 원하면 소송 비용으로 165만원을 입금하라는 등 추가 비용 납부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맡긴 다른 상표는 등록이 됐는데, 다른 문제가 있었다.

10년간 상표 권리를 취득할 줄 알고 26만4천원을 냈지만, 5년치 관납료만 특허청에 납부된 상황이었다.

A씨는 최근 항의차 특허법률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변리사는 직원들이 자신 몰래 돈을 빼돌렸다면서 8만원을 더 내야 상표 권리를 연장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특허청은 무자격으로 변리업을 한 혐의(변리사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김씨와 직원들, 불구속 상태로 기소된 복수의 변리사가 상표등록 과정에서 고객을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사실관계를 따져 조만간 사기 또는 횡령 혐의로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 관계자는 "김씨가 개입한 특허법률사무소의 상표 대행 업무 전반에 고객을 속이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여 상표 권리자(고객)들에게 피해 상황을 확인하라는 공지를 게시했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관련 변리사들에게 무거운 징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