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으로 수감 중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검찰 출석 요구에 잇따라 불응하고 있다.

구속 만기를 1주일 앞둔 정 교수의 신문 일정이 지연되면서 남편인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소환 조사도 예상보다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는 이날 건강상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에 제출하고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나오지 않았다.

정 교수는 지난달 31일에도 건강 문제를 들어 출석 요구에 불응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지난달 23일 구속된 이후 이날까지 네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구속수감된 피의자 소환 조사 횟수 치고는 다소 적은 편이다.

웅동학원 채용비리·위장소송 등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된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52)씨는 수감된 다음 날부터 이날까지 나흘 중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고 있다.

정 교수 측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달 중순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쪽 눈을 실명한 데 이어 2004년 유학하던 영국에서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당해 뇌기능과 시신경 장애를 겪고 있다. 수감된 이후에도 구치소에 안과 진료를 신청하는 등 건강 이상을 계속 호소하고 있다.

검찰은 앞선 두 차례 조사에서 입시비리와 증거인멸 의혹을 묻고 지난달 29일 세 번째 신문부터는 사모펀드 의혹을 추궁하고 있다. 정 교수는 구속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진술과 별개로 정 교수의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하는 등 조 전 장관이 연루된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찾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 교수가 지난해 1월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6억원어치를 차명으로 매입할 당시 조 전 장관 계좌에서 빠져나간 5천만원이 주식투자에 쓰였는지, 조 전 장관이 이를 알았는지가 집중 수사대상이다.

검찰은 당초 정 교수 보완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조 전 장관을 소환해 관련 혐의를 확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늦어도 구속 만기인 오는 11일까지 수사를 마치고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 전 장관의 검찰 출석이 다음 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가 건강 상태를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하거나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현실적으로 집중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조 전 장관에 대해서도 소환 계획 등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모친인 박정숙(81) 웅동학원 이사장에 대해서도 "소환 자체의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박 이사장은 남편인 고 조변현씨로부터 웅동학원을 물려받아 운영해왔다. 아들 조씨의 채용비리·위장소송 정황을 알 만한 참고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검찰은 박 이사장이 고령인 데다 가족들의 범죄 혐의와 직접적 연관성이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은 만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서면으로 조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정 교수 추가기소가 임박함에 따라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 수사기록을 조만간 정 교수 측에 열람·복사해주기로 했다.

정 교수는 지난 9월6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추가 혐의와 공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두 달 가까이 수사기록을 넘겨받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절차나 기일의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므로 가급적 이번 주 안에 열람·등사해주겠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기소 이후 추가수사 결과를 토대로 표창장 위조의 구체적 방식과 공범 관계 등을 보완해 조만간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