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가 4년 6개월 만에 부활했다. 국토교통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한남동 등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경기도는 제외됐다. '9·13 대책' 이후 한동안 진정세를 보인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극약 처방'이라 할 수 있는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공급을 위축해 기존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업체들의 적정이윤을 더한 분양가 책정 방식을 법으로 규정하여 분양가격을 정책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분양가를 낮춰 집값을 떨어뜨리는 게 목적이다. 정부는 이번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해온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세를 막고, 재건축 투기 수요를 차단할 것으로 확신하는 모습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고나면 하루에도 수천만 원씩 뛰는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마다 시장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고, 공급 위축 우려가 부각되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풍선 효과'가 나타나곤 했다.

우리는 그동안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시장원리야말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시장원리를 활용한 정책을 주문했다. 분양가 상한제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큰 오산이다. 무엇보다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시중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게 해야 한다. 시중에는 1천조 원의 부동자금이 떠돌고 있다.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집값만을 잡겠다고 각종 대책만 남발하니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효과보다는 늘 심각한 왜곡을 가져왔다. 그럴수록 부동산 대책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쏟아냈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 청약'의 광풍이 불지 않을까 벌써 걱정이다. 강제로 누른 집값은 언젠가는 다시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부작용이 없도록 주택시장 동향을 꼼꼼히 지켜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