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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흥 사회부 기자
몇 개월 전부터 회사에서 퇴근한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새로운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일명 삼색이와 턱시도라고 불리는 길고양이 2마리다. 조금 성의 없게 보일 수 있으나, '냐옹이'와 '미야옹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서로 안면(?)을 텄다고 생각했는지, 정말 가끔이지만 고양이들이 애교를 부릴 때도 있다. 그럼 어쩌겠나. 근처 편의점으로 헐레벌떡 달려가 사료와 간식을 사서 대령할 수밖에.

간혹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길고양이라는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럴 때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언제 어디서 벽돌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불과 몇 년 전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캣맘이 당한 일이다. 길고양이 사료에 누군가 쥐약을 놓는 일도 있다. 가래침은 우습다. 덫을 깔아 다치게 하기도 하고, 죽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무차별적인 학대를 가하기도 한다.

그래 봤자다. 경기도에만 30만 마리로 추정되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발정기 때마다 내는 아기 울음소리 같은 소음이 싫다면 살고 있는 지자체에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을 신청하면 된다. 캣맘들을 타박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다. 어차피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대체로 한 번 정한 자신의 영역을 떠나지 않는다. 재개발·재건축지역 길고양이 상당수가 공사 과정에서 죽음을 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TNR 사업을 중심으로 정부와 지자체들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등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재개발·재건축지역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SF영화를 보다보면 문뜩 '먼 미래에 외계인이 지구에 등장했을 때 인간은 어떤 반응을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멀리 내다볼 필요도 없다. 인간은 인간 외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