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서 떠들고는 결론 못나기도"
"범죄보도 국민 수사 협조 가능성"
1953년 국회 법사위서 찬반 격론

"요새 조곰만 경찰관서 앞에만 가도 당장에 신문에 나고 여러 가지 말썽이 되어서 그 혐의사실을 받은 사람은 신용유지상, 명예유지상 대단한 곤란을 받는 것입니다. 때로는 경찰서에 한번 잡혀갔지만, 신문에만 떠들어 놓고 수사한 결과 아모런 결론도 나지 못하는 형편도 있습니다."

195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정 형법안의 수정을 논의하는 회의. 법제사법위원장대리 엄상섭 의원의 발언이다.

조주영 의원은 '피의자의 인권'을 언급했다.

"범죄사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왕왕히 신문에다가 누가 어떠한 범죄사실이 있다 하면 그 사람의 인권을 크게 유린하는 것입니다. 범죄수사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기 지위에 있는 것을 요행으로 삼아가지고 남을 해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더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변진갑 의원은 언론의 자유를 약화시켜 범죄은폐의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범죄보도를 통해 오히려 수사에 있어서 국민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검사나 경찰서장이나 수사당국이 편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만일 신문에 보도가 된다고 해서 수사상 지장이 있다고 하는 경우에는 따로 그때에 임시조치를 취할지언정 이것을 순전히 절도범 하나를 잡아가지고 함구령을 내린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계라든지 저리 한데서는 적막해서 안될 것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재현 부연구위원이 최근 펴낸 '피의사실공표죄의 합리적 적용방안 연구' 보고서가 형법 126조(피의사실공표) 신설을 논의하는 당시 국회 법사위 회의 발언 내용을 담았다.

60여년 전 당시 국회의원들도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해 찬반 격론을 벌였다. 정부 형법 초안에 없던 피의사실공표죄는 1953년 7월 1일 국회 법사위 수정안으로 발의돼 본 회의에서 싱겁게 가결됐다. 재적원수 92명 중 찬성이 66명, 반대는 0명이었다.

한편 법무부는 다음달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훈령)을 시행한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