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추가상승 기대' 출하량 조절
가격 높아지면 '변경' 이유 사라져
올 재배면적 감소 목표치 25% 불과
소득보전정책 더해 내년 더 낮을듯

수확기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쌀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까지 형성되면서 내년 정부의 타 작물 전환사업(쌀생산조정제)이 비상이다.

특히 타 작물 전환이 어려운 여건 때문에 2년 연속 쌀 생산조정제 꼴찌(10월 23일자 4면 보도)에 머문 경기도는 내년에도 높은 가격 탓에 참여율이 더 낮아질 전망이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쌀(일반계·상품) 20㎏의 도매가격은 4만7천300원으로 1년 전 4만9천700원보다 4.8% 하락했지만 일평년 대비 3만8천987원보다 21.3% 상승한 상태다.

쌀 20㎏의 소매가격도 5만1천131원으로 전년 동기 5만3천463원보다 4.4% 낮아졌지만 일평년 대비 4만4천207원보다 15.7%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 2016년 정부가 급락한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매입량을 늘리면서 시장에 풀리는 재고가 떨어진 데다가 지난해는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14만t이 더 생산됐고 올해는 태풍 등 자연재해 여파로 공급(378만t)이 수요(380만t)보다 7년 만에 떨어지는 기현상까지 벌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민들이 쌀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물량을 출하하지 않아 가격이 수확기인데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현장에선 산물벼를 수매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벼 확보에 애를 먹는 사태까지 발생, 이들은 수매 기한을 내년 2월까지 연장해주거나 매입물량을 현행 대출지원금액의 1.5배에서 1배로 낮춰줄 것을 정부에 요구까지 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내년 정부의 타작물 전환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도 목표 5만5천ha의 60%에 해당하는 3만3천ha 감소에 그쳤는데 내년은 공급 부족 등에 따른 쌀값 상승 기대감까지 더해져 참여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는 올해도 5천678㏊의 쌀 재배면적 감소가 목표였으나 1천400㏊(목표치의 25%) 줄어드는데 머무는 등 참여가 낮은데 내년은 더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쌀값이 이처럼 요지부동이면 벼농가에서 타 작물로 전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WTO(세계무역기구)의 개도국 지위 포기로 수입쌀 관세율은 현행 513%에서 최대 154% 이하로 떨어지게 돼 정부와 지자체가 농민들의 반발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각종 소득보존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벼농가에서 내년까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펼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타 작물 전환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쌀값과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소득보전정책이 맞물릴 경우 벼농사에 대한 선호가 더 짙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