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의 보수통합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애초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6일 내놓은 '보수 빅텐트' 제안에 변혁 대표 유승민 의원이 화답하며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으나 그로부터 7일째인 12일 현재 한국당에선 내부 반발이, 변혁에선 회의감이 표출되는 상황이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8일 다른 강원지역 의원들과 함께한 황 대표와의 만찬에서 변혁과의 통합에 강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김 의원은 당시 만찬에서 "유승민 의원을 꽃가마 태워 데려오는 것은 보수도, 통합도 아닌 분열의 씨앗"이라며 "과감한 인적 개혁을 해야 하는데 유 의원을 데려와 공천을 주면 그간 당을 지켜오고 싸워온 사람들을 어떻게 잘라낼 것이냐"고 말했다고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했다.

김 의원은 나아가 "지금 확실하지 않은 중도 표심에 호소하겠다고 하다가, 확실한 우파 집토끼가 화가 나 투표장에 안 나올 수 있다. 나중에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느냐"고 황 대표에게 물었다.

이에 황 대표는 "잘 알겠다. 참고하겠다"고 답했다고 김 의원이 소개했다.

황 대표가 변혁과의 논의를 추진할 보수대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을 내정한 데 대한 잡음도 나오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전날 황 대표에게 "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토론, 미래' 세미나 도중 휴대전화 화면이 언론에 포착되며 알려졌다.

권 의원은 통화에서 "원 의원은 원내대표 당시 (박근혜) 청와대 의사를 충실히 집행한 사람으로, (유 의원 측이) 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변혁 내부에선 유 의원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제시한 통합의 3대 원칙에 한국당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등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판단하에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변혁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인 유의동·권은희 의원이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오신환 원내대표는 "논의가 진행되는 게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채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이 자꾸 한국당에서 흘린 정보를 갖고 물밑 협상이 이뤄지는 것처럼 쓰는 데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통합) 원칙에 대해 입장을 전달하러 오면 그때는 모여서 논의할 수 있겠지만, 언론에 대고 '우리는 (통합 기구를) 만들었으니까 너네도 만들어라'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 측이 한국당 측에 '국민경선 공천'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한 변혁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당이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계속 이러는 것은 보수통합의 뜻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보수대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유철 의원은 통화에서 "바른미래당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너무 몰아붙였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입당설이 제기됐던 바른미래당 출신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연내 '자유와 민주 4.0'(가칭)이란 이름의 신당 창당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보수진영 지형은 오히려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세대를 90년대 학번, 70년대생 세대로 교체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 있음에도 한국당은 인적 쇄신을 포기한 상황"이라며 "젊은 세대와 재야에 있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모험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신당에는 이정훈 울산대학교 법철학 교수,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조국 사태' 때 대학생 촛불 집회를 주도했던 고려대 집회 집행부 대표 이아람 씨 등이 동참한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