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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수사상황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진범 논란'을 빚은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을 화성 사건 피의자 이춘재(56)로 잠정 결론 내리기까지 주력한 수사는 이 사건을 본인의 소행이라고 밝힌 이춘재의 최근 자백과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한 윤모(52)씨의 과거 자백에 대한 비교 분석이다.

같은 사건에 대한 두 사람의 진술은 크게 피해자의 집 침입 경위와 범행 수법, 피해자의 모습 묘사 등에서 차이가 난다.

16일 윤 씨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측이 제공한 윤 씨가 당시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윤 씨는 범행 당시 피해자인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 주변에 쌓인 담의 윗부분을 한손으로 잡고 발을 올리는 방식으로 넘어 집 안으로 침입한 뒤 범행 후 같은 방법으로 빠져나왔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윤 씨가 과연 이런 방식으로 담을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윤 씨의 현장검증 과정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일부 남은 사진 등을 보면 윤 씨는 범행 과정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윤 씨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이춘재는 지난 9월 자백할 때 "대문이 열려 있어 대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갔다가 대문으로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수법에 관해서도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린다.

윤 씨는 방 안에서 자고 있던 박 양의 입을 왼손으로 막고 오른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다른 언급은 없어 맨손으로 목을 졸랐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그러나 경찰은 전날 이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피해자 목에 난 상처 사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상처는 맨손이 아닌, 천에 의한 쓸림 현상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이춘재의 자백과 일치한다.

이춘재는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손에 착용한 상태로 목을 졸랐다고 털어놨다.

박 양의 뒤집어진 속옷 하의에 대한 두 사람의 진술도 경찰이 이 사건 진범을 이춘재로 판단하는 데 주요한 근거가 됐다.

박 양은 속옷 하의를 뒤집어 입은 채로 발견됐는데 "속옷을 무릎까지 내린 상태에서 성폭행하고 다시 올려서 입혔다"는 윤 씨의 과거 자백대로라면 박 양은 처음부터 속옷을 뒤집어 입고 자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이춘재는 박 양의 속옷을 완전히 벗긴 뒤 범행하고 새 속옷을 다시 입혔으며 원래 입고 있던 속옷은 주변을 닦은 뒤 밖으로 가지고 나와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학생인 피해자가 속옷을 거꾸로 입었을 가능성보다 이 사건 피의자가 다른 속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거꾸로 입혔을 가능성이 커 윤 씨보다 피의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씨의 자백을 담은 진술서에는 박 양의 신체적 특징이 별도로 적혀있지 않지만, 이춘재는 2차 성징 여부와 머리 길이 등 신체적 특징을 언급하며 자백했고 이는 사실과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요 대목에서 엇갈리는 윤 씨와 이춘재의 자백을 비교 분석해 이 사건의 진범을 이춘재로 사실상 특정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같은 해 10월 수원지법에서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윤 씨는 지난 13일 수원지방법원에 이 사건 재심을 청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