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없다고 피부병 참작없이 '처벌'
군의관들 '키트'로 허위작성 적발
"흠결 드러나는 만큼 개선하겠다"
지문인식 출퇴근기록 제도의 맹점은 한둘이 아니다.
지문이 선·후천적으로 없는 사람은 등록할 수 없다. 반면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실리콘 지문 키트(kit)로 부정 태그를 하는 지능형 꼼수 부정은 손쉽다.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 전 간부 이모(61)씨는 전자지문출결시스템을 이용한 출결 등록을 게을리했다는 등의 이유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총 근무일수 130여일 간 출근기록이 없는 일수가 30여일, 퇴근기록이 없는 일수가 60여일에 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지문이 없다. 진단명은 후천성 손발바닥각화증(각피증)과 자극물접촉피부염이다.
진단서를 발급한 전문의는 "손가락과 손바닥의 만성 습진 및 이와 관련된 과(過)각화증으로 현재 정상적인 주름 및 지문이 소실된 상태"라며 "향후 치료에도 원래대로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지문 소실의 정도로 봤을 때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이라고 했다.
지문 소실을 참작하지 않고 지문인식 출퇴근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사유 등으로 징계를 받은 이씨는 법원에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근무하는 내내 지문인식이 잘 되지 않아 물을 묻혀도 보고 비닐에 싸서도 해봤지만, 인식이 잘 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문이 없어 징계를 받았던 이씨와 달리 경기북부 접경지의 군 병원에서 근무하던 군의관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지문 키트를 구해 출퇴근부를 허위 작성했다가 자체 징계와 더불어 형사 입건됐다.
지난 3월 국군양주병원은 출·퇴근 근무기강을 점검하다 지문인식 기록과 실제 출근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CCTV 확인 결과 군의관 6명이 당번을 정해 실리콘 지문으로 대리 출근 입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천병원의 군의관 2명도 같은 방법으로 근무지 무단이탈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와 함께 지문인식 출퇴근기록 제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자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해 출퇴근을 기록하는 서비스가 시판되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출결 관리는 각 공공기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시간외근무수당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지만, 흠결이 꾸준히 드러나는 만큼 개선 작업을 통해 문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손성배·김동필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