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이른바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러 개 범죄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다"면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및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의 사유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 시절인 2016년께부터 금융업체 3∼4곳에서 5천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자신과 유착 관계에 있던 자산관리업체에 동생 취업을 청탁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뇌물수수·수뢰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받는다.

애초 이 사건은 2017년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감찰하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에서 중단했다는 의혹에서 비롯했다. 이날 법원의 영장 발부 결정은 검찰의 향후 수사 명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사법부가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할 정도의 비리 혐의가 있는데도 청와대에서 감찰을 중단했던 경위를 밝히고 민정수석실이 직권을 남용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게 검찰의 수사 의도다.

이에 따라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윗선'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의 감찰 당시인 2017년 10월에는 유 전 부시장이 업체로부터 골프채를 받거나 항공료를 대납받았다는 비위 첩보가 민정수석실에 접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찰은 그해 12월 돌연 중단됐고, 유 전 부시장은 별다른 징계 없이 사직한 뒤 국회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만약 감찰이 이어졌다면 비위 첩보를 더 모아 수사기관에 넘기는 등 후속 조치가 이뤄졌을 수 있으므로 당시의 감찰 중단은 안일했거나 유 전 부시장을 지나치게 감싼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에 출석해 "(유 전 부시장에 관한) 첩보를 조사한 결과 그 비위 첩보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며 "비위 첩보와 관계없는 사적인 문제가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감찰을 계속할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검찰의 시각은 다르다. 당시 파악된 비위 내용이 감찰을 중단할 정도로 경미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최근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등 당시 특감반원들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등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이 '상부 지시로 중단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중단에는 청와대 감찰라인의 최고 책임자였던 조 전 장관의 판단과 결정이 있었을 것으로 검찰이 보는 만큼 그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백 전 비서관은 금융위원회에 유 전 부시장 관련 감찰 사실을 통보한 인물이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 및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함께 회의를 통해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는 의혹도 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사실을 통보받은 금융위가 징계 등 후속조치 없이 그의 사직을 받아들인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사직 한 달 만인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되고, 같은 해 7월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지 관심이다. 현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그를 수석전문위원과 부시장 자리에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 만큼 정치권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 유 전 부시장이 국회 전문위원으로 가게 된 경위에 대해 "경력 등을 볼 때 (민주)당에 가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저희가 (추천)했다"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유 전 부시장을 "많은 분들이 추천했다"며 "(민주)당 추천도 N분의 1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