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2020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산정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44억6천420만 달러(약 5조2천56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그간 협상에서 한국이 부담할 내년도 분담금으로 올해 분담금(1조389억 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방부의 추산 자료를 기준으로 한다면 비용 전액을 한국 측에 부담하라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2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차관실(회계 담당)이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과 관련해 지난 3월 마련, 의회에 제출한 예산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현황이 담긴 '해외 비용 요약' 표에 한국(주한미군)의 경우 ▲군 인건비 21억400만 달러 ▲운영·유지비 22억1천810만 달러 ▲가족 주택비 1억4천80만 달러 ▲특정목적용 회전기금 130만 달러 등 44억6천420만 달러로 추산됐다.
군사 건설비 항목도 잡혀 있으나 주한미군의 경우 이 항목은 '0'이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기사에서 "2020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미 국방부의 미군 주둔 비용 추산액은 각각 일본 57억 달러, 한국 45억 달러"라고 전한 바 있다. '45억 달러'는 44억6천420만 달러를 반올림한 숫자로 보인다.
일본(주일미군)의 경우 2020 회계연도 기준 비용 추산액은 57억1천780만 달러로, 항목별로는 ▲군 인건비 31억4천340만 달러 ▲운영·유지비 18억1천750만 달러 ▲군사 건설비 4억6천980만 달러 ▲가족 주택비 2억8천390만 달러 ▲특정 목적용 회전기금 330만 달러 등으로 돼 있었다.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규모가 각각 5만4천명, 2만8천500명임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비용으로 환산하면 주일미군은 10만5천885달러(약1억2천468만원) 원, 주한미군은 15만6천639달러(약 1억8천444만원)로 1인당 주한미군 비용이 더 높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연도별 주둔 비용은 ▲2018 회계연도 43억1천920만 달러 ▲2019 회계연도 44억2천540만 달러로 돼 있다. 앞선 연도에 제출됐던 자료들에 2018 회계연도 및 2019 회계연도 추산액이 30억6천740만 달러, 34억6천400만 달러로 각각 표기돼 돼 있는 점에 비춰 '43억1천920만 달러', '44억2천540만 달러'는 각각 2018∼2019 회계연도의 실제 지출액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의 전기 작가인 더그 웨드가 26일 발간한 저서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저자에게 "우리가 한국을 방어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아느냐. 1년에 45억 달러다. 얼마인지 알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머릿속에 '하나의 숫자'가 입력되면 그 숫자를 계속 언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 등에 비춰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에 약 45억 달러가 들어간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이 숫자가 머리에 박힌 채 이를 토대로 '50억 달러'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난데없이 50억 달러를 제시했고 미 당국자들이 이를 47억 달러로 낮추도록 설득한 뒤 금액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느라 분주했다고 지난 14일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8∼19일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3차 회의가 이틀 차인 19일 미국 대표단이 먼저 자리를 뜨면서 결렬된 가운데 한미는 내주 미국 워싱턴DC에서 4차 회의를 여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