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오는 10일을 끝으로 1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된 '투쟁텐트'에서 황교안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나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임기 연장 안건을 논의한 결과 이들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완수 사무총장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에서 한국당 당규 24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 규정'에 따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임기는 연장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도 기자들에게 임기 연장을 않기로 의결한 배경에 대해 "원칙대로 임기가 끝났으니까…"라며 "경선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이는 나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에 맞춰 일부 의원들이 원내대표직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임기를 연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나 원내대표가 4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전체 의원들에게 묻겠다는 계획은 무위로 돌아갈 전망이다.
박 사무총장은 "원내대표 임기 연장은 최고위에서 연장 방침이 정해진 뒤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소집해 임기 연장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며 "일단 임기를 연장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는 당헌·당규상 최고위 의결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 최고위의 이날 결정은 황 대표가 단식에서 복귀한 이후 주요 당직자 인선을 단행하고 총선을 대비, 사실상 '황교안 2기 체제'를 출범시킨 만큼 자신과 투톱을 이루는 원내사령탑도 바꿔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당내에서는 이날 최고위 의결을 사실상 나 원내대표에 대한 지도부의 불신임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나 원내대표가 당헌·당규에 적시된 임기 1년을 마치고 자연스레 물러나게 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그가 재신임 의총을 소집하면서 내년 총선까지 임기 연장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최고위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단식에서 회복 중인 까닭에 회의에 불참한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에게도 전화로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와 정 정책위의장의 임기 종료 사흘 전까지 후임 원내대표 경선 날짜를 공고하게 되면 후임 원내사령탑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선거일은 당 대표가 선거일 사흘 전에 공고하도록 당헌·당규에 정해져 있으며, 보통 원내대표 선거는 전임자 임기 종료일에 이뤄져 왔다.
후임 원내대표 후보는 현재까지 3파전으로 압축된 상태이다.
강석호(3선) 의원이 이날 차기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졌으며, 4선의 유기준 의원은 4일 오전 공식 출마를 발표할 예정이다. 심재철(5선) 의원도 출마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공식 출마 시기를 고민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