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텃밭인 포천·가평에서 내리 3선을 한 김영우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원 자신은 불출마 기자회견 외에 개인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최근 10여 일 전부터 정치권 안팎에선 불출마설이 나돌아 지역구 당원들이 크게 술렁였다는 게 지역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전직 2명의 대통령의 정권하에서 정치를 한 사람으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제가 몸담았던 정당의 대통령 두 분이 모두 법정에 섰다.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이제라도 책임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두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뜻한다.

그러면서 한국당의 변화를 촉구하며 쇄신에 힘을 실었다. 그는 "우리 스스로를 깨부수지 않은 채 단순한 정치 기술과 정치 공학,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 언어만으로는 국민과의 간격을 메울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평소 소신이기도 했다. 한때 당 쇄신의 아이콘이었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정치 궤적을 따라가겠다며 쇄신 행보를 보여왔다.

당에 대한 충정이 있었을까. 그는 "지금의 한국당은 너무나 작은 그릇"이라며 "청년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깨부수고 큰 그릇을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새 술과 새 부대를 위해 저의 자리를 비우겠다"고 밝혔다.

이날 당 내부를 향한 쓴소리는 그가 평소 가슴에 품었던 소신이었다.

그는 "20대 막장 공천에 가담한 사람과 권력에 호가호위했던 사람, 거친 언어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린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당내에선 이미 누가 누구인지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 여정은 순탄 대로만은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한국당을 탈당한 전력이 있고, 그 이후 복당해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조직 내 갈등과 반목이 이어진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비박계(비박근혜)인 그의 자리(지역구)를 노리는 경쟁자도 나오기 시작했고, 중진 용퇴라는 시대의 흐름을 마냥 눈 가리고 있기 부담스러웠을 터이다.

그의 속내가 즉각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그를 만나본 사람 중에는 한국당의 위기를 걱정하며 스스로 무언가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떠날 땐 말 없이'라는 말도 있듯 조용히 떠난 그가 더 큰 정치 행보를 보이기 위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