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지난달 서울경마공원 점검
'비상식적 환경' 불구 지적사항 '0'
안양지청 "공간 조성여부만 살펴"
노조 "미화원을 물건으로 보는 것"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 비정규직 미화원에게 화장실을 휴게공간으로 내준 한국마사회의 비상식적인 행태(12월 9일자 6면 보도)가 드러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최근 휴게공간 점검을 포함해 이곳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하고도 '이상없음'으로 결론 내려 사실상 문제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자가 편안한 휴게시설에서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던 고용노동부의 약속이 '헛구호'에 그친 것이다.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은 지난달 4일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 대한 정기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당시 이뤄진 근로감독 항목 중에는 사업장에 휴게공간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여부도 포함됐다.
그간 미화원들은 휴게공간을 개선해 달라고 사측에 꾸준히 요구해 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 과천지회가 최근 이곳 휴게실·쉼터를 전수조사한 결과, 51곳 중 14곳이 화장실 안팎에 있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이 때문에 미화원들은 자신을 '청소용품'에 빗대며 사측으로부터 "인간 이하 취급을 받는다"는 자조 섞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근로감독에서 한국마사회 측이 휴게공간과 관련해 지적받은 사항은 단 한 건도 없다.
안양지청 관계자는 "이번 근로감독은 임금이 주요 점검내용이었고, 휴게시설은 조성돼 있는지 여부만 살폈다"며 "휴게시설 관련 규칙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와 위반 시 제재할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제재 규정을 갖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다만, 지난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지침'을 스스로 마련한 뒤, 이와 관련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고용노동부가 권고 등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8월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던 60대 미화원이 휴게공간에서 사망한 사건을 통해 부적절한 휴게시설과 관련한 논란이 재점화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경기본부 이상배 조직국장은 "기본적으로 휴게실은 사람이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인데, 그냥 공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은 사람을 물건으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