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구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한국은 실용주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전인갑 서강대 국제인문학부 사학과 교수(인문과학연구소장)는 11일 송도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열린 제403회 새얼아침대화에 강연자로 나와 "중국이 경제, 기술의 경쟁을 넘어서서 서구와의 '패러다임' 경쟁을 통해 새로운 제국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인갑 교수는 '중국은 어떤 제국을 디자인하는가'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중국의 '문명 전략'에 한국이 신중하고 냉철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문명 전략'이란 중국이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를 중국의 패러다임과 사유방식, 가치관으로 국제 질서를 바꾸려는 의도를 말한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서구와의 규범 경쟁을 선언하는 한편 문명·인문 교류를 중국의 3대 핵심 외교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전인갑 교수는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신감을 크게 회복했다"며 "중국의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둔 고유의 가치와 규범, 사유방식, 중국의 개념으로 세계를 사유하고 세계 질서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현상이 지식인 엘리트나 권력 엘리트 사이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중국 스탠더드모델, 워싱턴 컨센서스에 비견되는 베이징 컨센서스를 강조하면서 서구의 가치와 규범 등이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서구도 힘겨운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인갑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한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과 동시에 반중, 혐중 등 중국을 무시하는 태도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 교수의 해석이다.
전인갑 교수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이 중국에 비해 우위 상황이었던 것이 열위로 바뀌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잘못 표출되는 것 같다"며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양국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 입장에서 미래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천의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