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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주재하는 이주열 한은총재. /연합뉴스

경기 선행지표에서 반등 기미가 보이고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하면서 세계 경제를 짓눌러온 미중 갈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종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협상의 향방을 알 수 없어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외 경제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보다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이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출, 기업 설비 투자가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만 해도 내년 상반기에 기준 금리가 연 1.00%로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기류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인 셈이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0월에는 19개 금융기관 가운데 14곳이 상반기 금리 인하를 전망했으나 11월 들어서는 금리 인하를 예상한 곳이 16곳 가운데 절반 이하인 6곳으로 줄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도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은이 내년 1분기에 금리를 내린다는 기존 전망을 철회하고 하반기에나 금리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다만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타결이 한국 경기 회복 속도를 어느 정도 가속할지에 따라 기준금리 조정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은 이번 무역합의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지만 기업 심리가 개선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미중 합의로 경제여건에 관한 불확실성이 줄었다. 한은은 내년에 금리를 동결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당분간 금리 동결 유지를 시사했다.

연준은 11일 기준금리를 현 1.50∼1.75%로 동결하면서 정책 성명에서 "전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기존 문구를 뺐다. 미중 무역분쟁 향방이나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연준이 과거보다 덜 우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저성장·저물가에 한은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내린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2.3%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2%로 전망했다. 모두 2019∼2020년 잠재성장률 추정치(2.5∼2.6%)보다 낮다.

소비·투자 둔화에 물가 상승률도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0%)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아직 미중이 최종적인 무역합의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도 인하론에 힘을 싣는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단계 무역합의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타결됐고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번 합의만으로 한국 수출이 곧장 반등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내년 성장세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등 저성장과 저물가에 한은은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미중 1단계 합의는 대외여건에 대한 불안을 완화해주는 정도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는 우려를 줄여주는 수준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성장세 둔화에 한은은 내년에 금리를 한 번 더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