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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15년 3월 인천 지하도상가 점포 불법 전대 문제 취재차 부평 지하도상가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은 적이 있다. 23㎡짜리 점포 두 칸을 임대하는 조건이 권리금과 보증금 각각 1억원에 월세 200만원, 관리비 별도였다. 월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가는 곳도 있다며 저렴한 수준이라고 했다. 지하도란 본래 인천시 소유지만 지하도상가법인(임차인)들이 10~20년에 한 번 개·보수(리모델링)를 한다는 이유로 시에는 '1년' 간 100만~200만원의 대부료를 내고, 실제 상인들에게 전대를 해 '한달'에 수백만원의 월세를 받는다는 것을 상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등기가 애초 불가능한 부동산이기에 취득세·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임차인들은 상인들이 절세를 위해 요청한 월세 현금영수증조차 무시했다고 했다.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청년들은 쉽게 들어오지도 못해요. 참, 기사엔 내보내지 말아 주세요. 쫓겨나면 이마저도 장사 못하거든요."

이는 불법, 특혜, 과세 불평등의 문제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도 담겼지만 결국 2002년 조례 제정 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이 17년 만에 인천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14개 모든 지하도상가의 계약기간이 2030년 이상으로 연장됐다. 전대도 5년간 보장됐다. 의회는 최근 매매를 한 임차인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시의 개정안을 마구 손질했다.

법인(임차인)들이 그간 지하도상가 활성화에 이바지한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간 공에 대해 충분히 이익을 취했으니 이제 잘못을 바꿔나가자는 것이 감사원과 언론의 지적이자 자영업 상인, 청년들의 열망이었다. 의회의 이번 결정은 진짜 현장에서 밥벌이를 하느라 목소리도 결집하지 못하는 일반 상인들과 청년들에 또 한 번 극심한 박탈감이 됐다. 시민과 '협치'하겠다는 시의회 홈페이지 문구가 무색하다. 의원들에게 되묻고 싶다. 의원들이 협치하는 '시민'은 대체 누구인가.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