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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16일 국회 본회의 개의와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이 불발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날 오전 주재한 여야 교섭단체 3당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심재철·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회동은 한국당의 불참에 무산됐다.

문 의장은 오후 다시 한번 3당 원내대표 소집을 시도했으나 이인영 원내대표 이외에는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문 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도 선거법 조정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선거법 관련 협상을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국당과 '4+1' 협의체를 모두 압박하고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린 원안의 정신과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며 "저희 당으로서는 중진들 재선 보장용 석패율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4+1' 협의체 차원의 선거법 논의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국당을 향해서는 "여당에 대해 독재를 운운하는데 이는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민주적인 협상을 거부하는 건 한국당이지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국민 70%가 찬성하는 검찰개혁에 협력하고 선거제 개혁에 진정성 있는 협상 의사가 있다면 민주당은 교섭단체 간 협상에 언제든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법 원안 상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4+1' 협의체에서 선거법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의 선거법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것이다.

원안을 상정할 경우 부결 가능성이 상당하지만, 선거법 개정시 의석수가 줄어드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한국당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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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한국당과 합의를 거쳐 부결을 감수하고 선거법은 원안을 상정하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검찰개혁법을 처리하는 '딜'을 타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법은 아예 21대 국회로 미루는 방안도 거론된다.

'4+1' 협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의해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준연동형 25석 적용'의 개정안을 추진할 가능성마저 언급된다.

한국당도 민주당의 선거법 원안 상정 검토에 원안 상정시 표결에 참여하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철회할 수 있다며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을) 원안대로 (상정)한다면 무기명 투표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연합뉴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의원들의 자유투표가 보장되면 당내에서 표결 참여를 설득하겠다'고 (전날 4+1 협의체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당의 이런 '역제안'은 '4+1' 협의체를 흔들기 위한 전략적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이 선거법 원안 상정을 고리로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있지만, 양당이 이 방안을 두고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상태라 실제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은 선거법 원안 상정 검토와는 별개로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기 위한 극한 투쟁을 이어갔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4+1' 협의체의 선거법 논의에 대해 "민주당이 군소 여당들, 말하자면 똘마니와 원 구성하고, 이런저런 표 얻어서 160석 되고, 180석 되고 이러면 이제 뭐가 되겠느냐. 그게 바로 독재"라며 "선거법은 죽어도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한국당 추산 수천명의 당원·지지자들이 몰려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민주당과 함께 '4+1' 협의체를 꾸린 군소야당들은 '대오 붕괴'를 경계하며 여당인 민주당이 개혁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동형 캡(cap) 수용 불가와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해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의당은 민주당의 선거법 원안 상정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카드를 밀고 '4+1'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원안을 상정해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이는 개혁을 원하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제 개혁의 성과를 거둘 것인지, 기득권 앞에 좌초될지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손에 달렸다"며 "민주당은 한국당에 미련을 버리고 개혁을 시작한 그 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