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한 경찰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수원지검 전담조사팀은 17일 "경찰의 발표내용은 그동안 이뤄진 검찰의 조사결과와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증거로 사용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는 '표준시료(분석기기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시료)'로 감정한 결과를 범죄현장에서 수거한 음모에 대한 감정 결과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며 "감정 결과 수치도 가공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수사 당시 국과수 감정에서 윤모(52)씨의 체모가 아닌, 범죄와 전혀 무관한 일반인의 체모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조사에 협조한 감정 전문가들도 만장일치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감정 전문가들도 모두 다른 용의자들에 대한 감정서와 달리 윤씨의 감정서만 범죄현장에서 수거한 체모가 아닌 엉뚱한 일반인들의 체모(표준시료)로 감정서를 허위 기재해 넣는 방법으로 조작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국과수 직원이 체모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시료 분석 결과 값을 인위적으로 조합, 첨삭, 가공, 배제해 감정상 중요한 오류를 범했으나 당시 감정에 사용된 체모가 바꿔치기한 건 아니"라고 발표했다.

검찰은 국과수 직원이 체모 감정서를 조작한 과정과 상세한 내용을 포함한 재심의견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에 소재한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국과수의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윤 씨를 범인으로 검거했고 윤씨는 20여년간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이춘재가 8차 연쇄살인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고, 당시 수사 부실 증거도 나오는 상황에서 윤씨는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최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