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8부두엔 40년 전에 세워진 곡물창고가 늘어서 있다. 1978년 건립된 이 곡물창고들은 해양수산부가 8부두의 항만하역기능을 없애기로 하면서 2016년 4월 폐쇄됐다. 1만2천150㎡ 규모의 이 폐창고는 건물 내부기둥과 칸막이가 없는 구조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인천시는 폐쇄된 곡물창고를 최첨단 극장과 공연시설, 엔터테인먼트·쇼핑·전시·청년창업지원공간 등이 결합한 ICT·문화콘텐츠 융합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상상플랫폼'사업이다. 국비와 시비 396억원, 민자 300억원 등 투입되는 사업비가 700억원에 이른다. 인천시는 이 사업을 창조개항도시 선도프로젝트로 삼았다. 사업운영자로 문화콘텐츠기업인 CJ CGV가 선정된 것은 지난해 7월의 일이다.

CJ CGV는 전용면적의 20% 이상을 지역주민과 문화 예술인을 위한 창업·창작 지원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공공성 확보에 턱없이 부족한 조건이라고 반발했다. 구도심 재생과 무관한 대기업 특혜로 변질되고 있다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시는 CJ 측과 공공시설 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시민단체들을 달래는 한편 '상상플랫폼'을 인천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사례로 부각시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지난 4월 인천항 제8부두에서 국토교통부와 '2019 도시재생 산업박람회'를 공동개최하면서 박남춘 시장은 이 사업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9월 순천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에선 과거와 미래를 접목한 구도심 재생 사례로 크게 소개했다.

올해 하반기 착공, 내년 상반기 준공을 예정하며 지난 7월 해양수산부로부터 항만재개발 실시계획 승인까지 받은 '상상플랫폼' 사업이 CJ CGV의 사업 포기로 좌초 위기에 몰렸다는 보도는 그래서 뜻밖이고 충격이다. 회사 재무사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사업의 수익성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사업에 참여했던 LH가 지난 8월 철수한 것도, 인천도시공사가 참여를 주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만 225억원이다. 기업은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발을 뺌으로써 더 큰 손실을 막는 게 가능하겠지만 지자체야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 인천의 선도적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자칫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기로에 섰다. 공공성과 수익성, 그 이상과 현실의 접점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