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하명 수사·선거개입 의혹이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 수색하면서 발견된 '송병기 업무일지'에 청와대가 울산지방선거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 특히 일지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송 시장에게 울산시장 출마 요청을 했다는 메모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 메모에는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면목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직적 공모' 정황을 담은 일지가 발견되면서 파문이 더욱 확산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수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울산 시장선거에 청와대와 여당 및 경찰 등이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밝혀졌다. 하지만 메모에 적힌 것처럼 VIP까지 거론됐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옛 새누리당 친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공천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기에 더욱 그렇다. 일지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VIP 출마 요청'이 적혀 있는 2017년 10월 13일 메모 하단엔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A, B씨에 대해 'A(○○발전), B(자리 요구)'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11월 9일 메모에는 당시 부산의 민주당 C 국회의원이 'B씨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송 부시장의 업무 일지엔 이외에도 'BH 회의' 같은 문구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이모·정모 비서관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고 한다. 'BH'는 청와대를 뜻하는 단어로 일지에는 BH가 수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지에는 지난해 3월 말엔 청와대 비서관과 한 회의라며 공공병원 설립 총사업비가 2천억원이며,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예상돼 대응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송 시장의 공공병원 설립 계획은 올 초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돼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정권의 도덕성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해야 할 상황까지 이르렀다. 청와대가 침묵하면 할수록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사태는 실타래처럼 점점 더 꼬여 갈 뿐이다. 이럴수록 검찰은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말고 성역없는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