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회 매직펜 국적표기 사태
특감 결과 따른 임직원 직무정지
나흘만에 견책·보류로 수위낮춰
연맹측 "무보수 임원, 감봉 못해"
정부 "정식 보고되면 재심 가능"


대한수영연맹이 '셀프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휩싸였다.

국제적 망신을 산 '매직펜 국적표기 수영모' 물의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대한체육회가 내린 직무정지 나흘 만에 수영연맹이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회장 등 이사진에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줬다는 것이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수영연맹은 지난 9일 자체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회장과 2명의 부회장, 총무이사 4명 중 3명에 대해 견책, 1명은 보류 처분했다.

앞선 5일 대한체육회는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요구 조처된 임직원들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했다.

수영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 제27조(징계종류)를 보면 단체 임원에 대한 징계는 중징계와 경징계로 나뉜다. 중징계는 자격정지, 해임, 제명 순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경징계는 견책과 감봉이 있다.

20년 넘게 수영계에 종사한 A씨는 "문체부에서 대대적인 특별 감사를 한 뒤 수사의뢰까지 한 사안인데, 이를 비웃듯이 이사진에게 가장 약한 징계 처분을 하고 바로 업무 복귀를 시키는 것은 징계를 빙자해 직무정지를 해제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수영연맹은 2019 광주FINA국제수영대회에서 빈축을 샀다. 한국 대표선수들이 관리를 소홀히 해 매직펜으로 쓴 'KOR' 수영모를 쓰고 출전하도록 하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는 등 비난이 일었다.

문체부는 대회가 끝난 뒤 2주간 특정감사를 벌였다.

특감 결과 수영연맹은 용품 후원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세계수영연맹(FINA)의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의류와 용품을 선수단에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수영연맹이 납품예정용품이 FINA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을 알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금전적 손실을 감내하고 후원업체를 선정했다 교체한 정황도 확인됐다. 실제로 마케팅 대행사와의 갈등 탓에 계약이 종료되고 용품 후원사를 변경하면서 14억원 상당의 현물 후원이 감소했다.

문체부는 9억원의 현금 수입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금전적 손실을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로 수영연맹 회장과 부회장을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는 수영연맹 회장과 부회장, 총무이사 등 14명에 대해 징계 또는 중징계를 요구했다.

수영연맹 관계자는 "회장 등 이사진은 무보수이기 때문에 감봉 징계를 할 수 없다"며 "중징계, 징계로 나눠 처분을 요구한 문체부 특감에 따라 독립된 기구인 스포츠공정위에서 징계 수위를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수영연맹의 자체 징계가)아직 정식 보고된 사항은 아니다"며 "대한체육회에 징계 결과가 보고되면 그 징계 결과에 대해 수위가 낮거나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