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 부진·부동산정책 시장혼란 초래
중장년층 빚더미 허덕…생활고 극단적 선택
정부·지자체 '난관 극복 정책' 국민들 열망

2019년을 보내고 2020년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왠지 불안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내외적인 악재에 경기 침체까지 우리들의 일상이 온통 경제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다. 올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국내 제조업 수출은 하반기 들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더니 결국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자국 수출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한일 통상 관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한국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의 민낯도 드러났다. 그러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취약점을 깨닫고 산업 전반을 재정비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도 마련됐다.
이런 '전대미문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의 올해 실적도 부진했다. 수출·내수가 모두 동반 침체됐고, 특히 '한국경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는 연중 불황이 겹치며 늪에 빠졌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구성된 '반도체 코리아'는 201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슈퍼호황에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불황의 여파로 한국 경제 전체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한국은행 3분기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8%로 지난해 3분기(7.6%)보다 2.8%포인트 떨어졌다고 한다. 제조업 영업이익률도 4.5%로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이런 수익성 악화에는 반도체 경기 침체 영향이 가장 컸다.
부동산 시장도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마치 정부와 지역 부동산의 기 싸움 같았다. 집값은 상반기에 안정세를 유지하는 듯했지만 여름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과열되기 시작했고 불길은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번졌다. 국토교통부는 뒤질세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풍선효과로 상한제 미지정 지역에 집값이 다시 상승했고, 결국 초대형 부동산 대책인 12·16 대책으로 맞섰다. 세제, 대출, 청약, 공급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한 12·16 대책에 대한 시장의 대응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중장년층이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만 40~64세 중장년층 절반 이상이 금융권에 빚을 지고 있고 주택 소유자의 빚은 무주택자의 4배에 이를 정도로 큰 빚에 허덕이고 있다. 또 재취업 중장년 10명 중 6명은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번다고 하니 우리 경제의 힘든 현실을 반영해준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들어 슬픈 소식도 들린다. 일가족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세상을 비관한 사람들의 무책임한 방화까지 우리 현실을 더욱 아프게 한다. 힘든 세상이 싫다고 등진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상황을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 '눈의 꽃' 가사 느낌처럼, 바람이 차가워지고 힘든 겨울이 와도 그대와 함께라면 헤쳐나갈 수 있듯이 우리도 손을 잡고 이웃을 돌봐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높은 곳만 추구하지 말고 아래를 챙기고 관심을 두는 정책이 우리 국민들에게는 더욱 절실하지 않을까 싶다.
/신창윤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