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1995년 창립 이래 조직규모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을 추월해 '제1 노총'에 올라섰다. 고용노동부가 25일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96만8천35명으로, 한국노총(93만2천991명)보다 3만5천44명 많았다. 민주노총이 '제1 노총'에 등극함에 따라 앞으로 노정관계 및 사회적 대화 구도 등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제 민주노총은 규모가 큰 쪽에 힘을 실어주는 관례에 따라 노동계의 대표성을 부여받게 됐다. 정부 기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가령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경우,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은 한국노총 추천 위원 5명, 민주노총측 4명 등 9명이었다. 이제 이 위치가 바뀌게 된다. 우리나라 노동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도 그래서다. 이뿐이 아니다. 각종 정부 위원회의 공익위원도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워질 것이다. 그만큼 정부 정책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김도 커지게 된다. 당장 민주노총은 "정부 각종 위원회 위원 수를 재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이 '제1 노총'이 된 데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영향이 컸다. 과격한 민주노총 집회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도 세를 키우는 데 일조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어 벌써 재계에서는 노사관계 경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계의 무게 중심이 민주노총으로 옮겨지면 경사노위가 내놓는 그 어떤 사회적 합의의 무게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1 노총'으로 올라선 이상 민주노총은 더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앞으로 세력도 점점 커질 것이다. 대화·타협·양보 등 사회적 책임을 갖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국민 사이에서 민주노총 하면 떠오르는 폭력적 이미지를 씻어내는 것도 과제다. 그동안 자신들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툭하면 불법·폭력을 자행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노총은 강성,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제1 노총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 민주노총도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