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55·구속)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나왔다.
조국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5분께 감색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법에 도착했다.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첫 강제수사 후 122일째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며 "검찰의 영장 신청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법정에서 판사님께 소상히 말씀드리겠다"며 "철저히 법리에 기초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며, 또 그렇게 믿는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해달라는 외부의 지시가 있었나', '정무적 책임 외에 법적 책임도 인정하는가', '직권남용 혐의는 계속 부인하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법정에 들어갔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동부지법 105호 법정에서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권 부장판사는 검찰과 조 전 장관 측의 의견을 듣고 기록을 검토한 뒤 이르면 이날 밤늦게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법은 법정동 출입구 인근에 50m가량의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경찰도 18개 중대의 경찰력을 법원 주변과 법정동 입구 양옆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서울동부지법은 법정동 출입구 인근에 50m가량의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경찰도 18개 중대의 경찰력을 법원 주변과 법정동 입구 양옆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펜스 주변으로는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궂은 날씨에도 오전 9시께부터 모였다. 일부 시민들은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달 16일과 18일 조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한 뒤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유재수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을 알고도 감찰 중단을 결정하고,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내게 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과 친분이 있던 여권 인사들이 조 전 장관에게 감찰을 중단해 달라며 '구명 청탁'을 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파악 가능한 유 전 부시장의 비위는 경미했으며, 유 전 부시장이 감찰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수사권이 없어 감찰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보임된 직후인 2017년 8월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으나 3개월여만에 이를 중단했다.
청와대 감찰이 시작되자 유 전 부시장은 병가를 냈다가 2018년 3월 금융위에 사의를 표했다. 금융위는 청와대로부터 감찰 사실을 통보받았음에도 자체 조사 등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한 달 뒤 그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1급)으로 추천했다. 유 전 부시장은 국회를 거쳐 지난해 7월 부산시 부시장으로 거듭 '영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