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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조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27일 오전 1시께 "혐의는 소명되지만,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 사정에 비춰 볼 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영장실질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 20분가량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시절 유 전 부시장의 뇌물 등 비위 내용을 알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진행한 감찰을 중단하도록 결정하고,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에 징계 없이 사표를 내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감찰을 중단하고 사건을 매듭지은 것은 민정수석의 재량권을 벗어난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감반 당시 감찰 자료가 이미 폐기되는 등 증거 인멸이 이뤄졌다며 조 전 장관을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하며 유 전 부시장이 감찰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수사권이 없어 감찰을 종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구속 위기를 넘겼지만,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법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범죄 행위가 소명됐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향후 검찰과 조 전 장관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은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민정수석실이 2017년 8월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재직하던 유 전 부시장이 업체들로부터 금품과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비위 혐의를 포착하고 특별감찰에 착수했다가 윗선 개입으로 3개월여 만에 돌연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앞선 13일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 시기 전후 금융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총 4천950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수수하고 금융위원회 표창장을 기업들이 받도록 하는 등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