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여야 의원 28명, 보좌진·당직자 8명 등 총 3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조광환 부장검사)는 2일 브리핑을 열고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 23명 등 24명, 민주당 의원 5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국회 회의장 소동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당 소속 보좌관·당직자 3명, 민주당 소속 보좌관·당직자 5명 등 총 8명도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국당 의원·당대표 중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등 14명을 정식 기소하고 10명은 약식기소했다. 37명은 기소유예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한국당 소속 의원·당대표 61명 모두 일정 부분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약식기소란 벌금형 등이 내려질 수 있는 사건에 대해 검찰이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형을 청구하는 절차다. 기소유예는 피의 사실은 인정돼도 범행 동기, 수단·결과, 정황 등을 참작해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 처분이다.

기소된 의원·당대표 가운데 황교안 대표, 강효상·김명연·정양석 의원 등은 패스트트랙 충돌이 벌어졌던 4월25∼26일에 소속 의원들과 함께 의안과 사무실,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스크럼을 짜 막아서는 등의 방법으로 민주당 의원과 의안과 직원 등의 법안 접수 업무와 회의 개최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와 김정재 원내부대표, 민경욱 당대변인, 송언석 의원 등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것으로 인정돼 공동감금과 공동퇴거불응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혐의 가담 정도가 무거운 의원들을 정식 공판에 넘기고, 비교적 가벼운 의원들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며, 상대적으로 죄가 무겁지 않다고 판단한 경우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한국당 소속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에 출석한 전·현직 의원 등은 나경원·김관영·정점식 의원, 엄용수 전 의원과 황교안 대표뿐이었다. ·

검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체포영장 발부 등 강제수사를 검토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의원을 체포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회 회기가 계속 진행 중이었다"며 "영상 물증을 분석하고 법리를 검토한 결과 강제수사보다는 신속한 결정이 더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물증이 있었기 때문에 소환 없이 기소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공동 폭행' 혐의로 고발당한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4명을 정식 재판에 넘기고 1명을 약식기소했다.

민주당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 의원 등은 4월 26일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를 폭행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아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가담 정도가 가벼운 민주당 박주민 의원에게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나머지 민주·정의당 의원 가운데 31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민주당 권미혁, 김해영, 박완주, 소병훈, 유승희, 최인호 의원 등 6명은 폭행 등에 가담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국회의장의 사보임 직권남용 사건에 대해서는 "국회법 입법 과정과 본회의 의결안 취지, 국회 선례 등을 봤을 때 국회법 위반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직권남용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법이나 국회법 해설서를 보면 모든 임시회에서 사보임이 안 되는 것으로 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2003년 국회법 제정 당시의 입법 취지와 국회 선례 등을 분석한 결과 '동일 회기 내'에서만 사보임을 금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근거를 밝혔다.

한국당이 불법 사보임을 주장하는 바른미래당 오신환·권은희 의원은 회기 중에 사퇴했지만 선임된 회기와 사퇴한 회기가 다르기 때문에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또한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사보임 접수방해 사건 역시 증거가 없다며 혐의없음 처분했고, 문희상 의장이 한국당 임의자 의원의 얼굴을 양손으로 만져 강제추행·모욕혐의로 고발당한 사건 역시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작년 9월10일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이후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수사를 벌여 왔다.

검찰 관계자는 "총선이 4월에 예정돼 있고 각 정당마다 공천 관련 절차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수사가 더 지연되면 검찰이 공천 과정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수사 결과를 즉시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