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호흡기 등 개인보호장비, 유럽·미국 필수 '방폭 인증' 검증 안돼
산단·대기업, 배터리 제거 '미봉책'… 소방당국 '표준규격 포함' 고민

전국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의 제품 기준에 유럽, 미국과 달리 방폭(防爆) 인증 조건이 없어 안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공기호흡기 제조사와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소방청 등에 따르면 소방관이 화재, 사고 현장에 몸에 착용하는 공기호흡기 등 개인보호장비 중 제품의 기준 및 사용 지침에 방폭 인증을 요구하는 사항이 없다.

방폭이란 위험물의 폭발을 예방하거나 또는 폭발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방폭 인증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안전보건공단, 가스안전공사에서 담당한다.

공기호흡기도 부속품의 강도 기준은 있다. 공기호흡기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 기준을 보면 면체는 1.5m 높이에서 자유 낙하했을 때 파손, 균열 등이 생기면 안 된다는 등이 그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공기호흡기 제조사에 방폭을 필수사항으로 요구한다. 유럽(EN)은 2006년부터 공기호흡기의 전기적 경보(알림) 장치의 방폭 인증을 필수사항으로 적시했다.

미국은 이보다 앞선 2002년 소방용 공기호흡기 기준인 'NFPA 1981'을 제정하면서 방폭인증 조건을 달았다. 폭발 사고 점화원이 될 가능성이 큰 공기호흡기의 모든 전기회로를 미국의 방폭인증 기준에 따라 시험하고 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특히 2001년 뉴욕 9·11 테러 이후 소방관 생명보호를 위해 방폭을 소방용 공기호흡기의 필수 사항으로 적용했다.

국내 공기호흡기 제조 3사 중 방폭 인증을 받은 업체는 단 1곳 뿐이다. 1개 제품이 KCs(국내안전인증) 방폭 인증을 획득했다.

업체 관계자는 "자체 안전보호장비 기준이 없는 국가들도 개인 안전장비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유럽과 미국 기준에 따라 인증받은 장비를 선택하고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소방대를 운영하는 대규모 산업단지와 삼성, LG 등 대기업은 폭발 방지를 위해 구매한 공기호흡기의 9v 배터리를 제거한 채 사용하는 미봉책을 쓰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재 마련하고 있는 공기호흡기 표준규격에 방폭 인증을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방폭 인증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인증도 각자 준비하고 있다"며 "표준규격에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의 모든 내용을 담으려고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