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0일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보여주기식 수사"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찰은 구체적인 압수수색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범죄자료 일체'라고 표현하며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이 때문에 청와대 역시 자료를 낼 수 없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결국 이날 오전 청와대에 압수수색을 나온 검찰 측은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수사관들은 6시간 이상 대기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자료를 내고 싶어도 검찰이 특정하지 않아 불가능했다. 안낸 것이 아니라 못 낸 것"이라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며 이를 허용한 전례도 없다"며 "그럼에도 청와대는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성실히 협조해온 바 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그러나 오늘 검찰이 가져온 압수수색 영장은 압수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어떤 자료를 압수하겠다는 것인지 단 한 가지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고 자치발전비서관실에 있는 '범죄자료 일체' 취지로 압수 대상을 기재했다. 임의제출할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영장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장에 '범죄혐의와 관련된 문건', '본건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정보가 저장된 파일' 등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방식으로 압수물품이 적혀있을 뿐 '누구의 컴퓨터', '피의자 중 누가 소지하고 있는 물건' 등으로 좁혀지지 않아 대응할 수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과거 방식대로 압수 물품을 임의제출하는 방식의 대응이 불가능했다는 입장인 셈이다.
고 대변인은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과 2항에 따라 수사를 위한 강제처분은 원칙적으로 필요 최소한도 범위에 그쳐야 하고, 특히 공무소의 자료가 수사에 필요할 경우 공무소 조회 절차를 통해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공무소에 대해서는 가급적 강제처분을 자제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검찰이 공무소 조회 절차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다면 청와대는 종래 임의제출 방식으로 협조해왔던 것처럼 가능한 범위에서 자료를 제출했을 것"이라며 "검찰은 임의제출 방식으로도 협조하기 어려운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 대변인은 "가능한 절차를 시도하지 않은 채 한 번도 허용된 적 없는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인 것으로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도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불쾌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 역시 "검찰이 제출하려야 할 수 없는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이라며 "이는 검찰의 무리수이자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작년 12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에도 "절차에 따라 성실히 협조했다"면서도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 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2018년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사찰' 의혹 수사 과정에서도 청와대를 압수수색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