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폭언·업무 배제 등 주장
정규직 전환 4개월만에 '우울증'
사무실서 다툼 후엔 '해고' 징계
동료 "업무 피드백" "강도 과해"
'의견 청취 소홀' 市 대응도 질타
지난해 12월29일 성남시 콜센터에 근무했던 상담사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을 비롯한 한쪽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과 해고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괴롭힘이 아닌 정당한 업무 피드백이었다는 입장이다.
27일 유족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 정규(공무)직으로 전환된 A씨는 4개월 만인 이듬해 1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아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정기적으로 이뤄진 A씨 병원 진료 기록을 보면 '괴롭힘', '꼬투리', '공포', '불안' 등의 단어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설명했다.
콜센터 관리자들로부터 "다른 상담사들과 급여를 똑같이 받아가면서 미안하지 않냐", "(출근 때)인사 안 한 거 자랑하려고 그 XX을 하는 거야 지금" 등의 모욕과 폭언을 당했다는 비망록도 있다.
또 연가 사용 거부와 업무배제 조치의 부당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업무배제 기간에 A씨는 컴퓨터 등 사무기기를 모두 뺀 빈 책상에 앉아 업무 숙지를 하거나, 복사기 근처에 의자만 둔 상태로 앉아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와중에 A씨가 2019년 6월20일 콜센터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휘두른 사무용 자에 관리자 한 명이 손등을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A씨는 이 사건 후 3개월 병가를 낸 뒤 10월에 복귀했다. 그는 당시 소란과 관리자 폭행, 직무 수행 태도 불성실 등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결과는 해고였다. 12월26일 재심 청구에 대한 A씨 진술이 있었고, 사흘 뒤인 29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관리자들과 복수의 동료 상담사는 A씨가 생전에 주장했던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동료 상담사에 비해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져 이를 보완하는 과정이 있었고, 피드백 또한 과도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오히려 A씨가 업무 숙지를 빠르게 하도록 근무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배려가 충분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동료 상담사는 "A씨가 받은 피드백의 강도가 괴롭힘으로 볼 만큼 과도한 부분도 있었다"며 "콜센터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상담 건수 압박, 감청, 모욕감이 드는 피드백, 휴식시간 차등 부여 등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성남시의 소극적인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7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양측이 '괴롭힘'과 '업무 피드백'이라며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상황에서 성남시가 주도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 요소 중 하나인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섰는지' 여부를 제대로 따져보는 자리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민주노총 성남·광주·하남지부 관계자는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과 같은 건데, 성남시가 A씨의 목소리는 제대로 듣지 않고 성급히 결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A씨 사망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산재 등 유족이 도움을 요청하는 부분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기·배재흥·손성배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