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지가 한데 모여 오랜만에 오붓한 한때를 즐기는 설 명절 연휴(24∼27일)에도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강원 동해에서는 펜션에서 폭발 사고가 나 모임 중이던 일가족이 참변을 당했다.

전남 해남에서는 숙소에 함께 있던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자녀들이 집에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둘러 부모를 숨지게 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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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가족 모임 중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26일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냉동 건물로 준공된 이 건물은 무등록 펜션 영업 중 참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펜션서 가족 모임 중 폭발로 9명 사상

설날인 25일 오후 7시 46분께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의 한 펜션 2층 객실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나 일가족 7명 중 5명이 숨지고 2명이 전신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1층 횟집에 있던 손님 2명도 다쳤다.

일가족은 50∼70대 자매, 부부, 사촌 사이로 서울, 경기, 동해 등지에 거주하다가 설을 맞아 가족 모임을 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가스 배관 이상 등 사고 원인을 밝혀내려 정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무등록 영업을 하고 건물을 불법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펜션은 50여년 전 냉동공장으로 세워졌다가 1999년 2층 일부를 다가구 주택으로 변경했고, 2011년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했다.

관할인 동해시에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무등록 숙박업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건축물대장에는 펜션이 아닌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 주택으로 분류됐다.

석 달 전인 지난해 11월 소방당국이 실시한 화재 안전 특별조사에서 폭발이 난 2층이 펜션 용도로 불법 사용되는 것을 확인하고도 소방안전 점검이 무산되기도 했다.

경찰은 건축주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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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3시 37분쯤 전남 해남군 현산면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태국인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사진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불을 끄는 소방관들. /연합뉴스=독자 제공

◇ 화재로 외국인 노동자·장애인 숨져…국립공원 계룡산 불

같은 날 오후 3시 37분께는 전남 해남군 현산면 외국인 노동자 숙소로 쓰이던 단층 주택에서 불이 나 태국인 3명(남성 2명·여성 1명)이 숨졌다.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취업한 불법 체류자로 확인됐다.

21일 숙소에 왔으며 25일에는 작업을 하지 않고 숙소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타살, 방화와 관련된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원인과 사인을 밝혀내려 정밀 감식과 부검을 하고 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시각이 취약 시간대인 야간이나 새벽이 아닌 대낮에 발생한 데다, 유사시 탈출이 용이한 1층인데도 인명피해가 큰 점을 토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

26일 오전 7시 37분께 부산 사하구 한 다세대주택에서도 불이 나 전기장판에서 잠을 자던 쪽방 주인 A(5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장애를 앓아 평소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후 8시 47분께 충남 공주 계룡산국립공원 자락인 고청봉(해발 319m)에서 불이 났다.

소방대원, 공무원, 군 장병 등 914명이 소방차 34대 등을 이용해 진화작업을 벌여 다음날인 27일 오전 3시 5분께 불을 모두 껐다.

불이 난 지점과 200∼300m 떨어진 마을 주민 280여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난 산 일대 밭에서 소각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누군가가 나뭇더미를 태우다 산으로 불이 옮겨붙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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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인 26일 밤 충남 공주 계룡산국립공원 자락에서 난 불로 나무와 풀이 타고 있다. 산림당국은 27일 새벽까지 소방대원·시청 공무원과 진화 작업을 벌였다. /연합뉴스=산림청 제공

◇ 집에 불 지르고, 흉기 휘둘러 부모 숨지게 한 자녀들

26일 오전 4시 25분께 경남 밀양시 무안면 단독주택에서 B(43)씨가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76)가 숨졌다.

B씨는 마당에서 아버지 유품을 태우다 순간 휘발유를 집에 뿌려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불을 지르고 흉기를 들며 경찰과 한동안 대치하다가 검거됐다.

경찰은 "B씨는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고 결혼도 못 해 열등의식이 심했다. 가족들로부터 찬밥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이 겹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25일 오후 4시께 경기 광주시 한 아파트에서는 C(20)씨가 아버지(49)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C씨는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아버지는 사건 발생 직후 집 안에 있던 다른 가족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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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강원 동해시 어달동의 한 펜션에서 전날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이 펜션은 지난 25일 오후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바지선 침몰, 개인방송 중 유튜버 극단 시도

27일 오전 9시께 부산 청학부두에 계류됐던 바지선 2척 홋줄(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묶는 밧줄)이 풀리면서 표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503t 바지선 A호는 오전 9시 40분께 침몰했고 또 다른 바지선인 755t 바지선 B호에 고립됐던 선장은 오전 10시께 구조됐다.

해경은 사고 현장에서 오염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25일 오후 8시 40분께 인천에서는 20대 유튜버가 인터넷 개인방송 중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다가 소방당국에 구조되기도 했다.

시청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집 밖에서 연기를 피우고 있는 이 유튜버를 구조했다.

26일 오전 0시 25분께 인천 옹진군 장봉리 해안에서는 40대 장애인이 실종된 지 9시간여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