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소 힘들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국민이 생각보다 꽤 많다. 이는 2015년 217일 동안 감염자 186명중 38명이 사망하고 1만6천명이 격리조치된 메르스 사태로 우리가 얻은 교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잠복기에는 추적과 발견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민 개개인의 자발적인 협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도 실은 그때 얻은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우한 거주 교민과 유학생을 격리 수용할 시설을 두고 벌이는 지역갈등을 보노라면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만반의 대책'인지 한숨부터 나온다. 정부는 애초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을 격리장소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천안시민이 반발하자 장소를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으로 급히 바꿨다. 문제는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게 문제였다.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예상대로 진천과 아산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장과 정치인, 지역사회단체가 도로까지 봉쇄하며 크게 반대하고 있다.

우한 내 자국민 소개는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도 진행하고 있는 인도적 구제조치다. 하루빨리 입국시켜 건강을 확인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처사다. 메르스 악몽을 겪은 진천, 아산주민들도 이는 충분히 이해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정부가 격리시설 안전성이나 폐렴 전파를 막을 방안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민 안전을 담보할 대책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심사숙고했다지만 누가 봐도 이번 결정은 즉흥적이고 안일했다. 정부가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 진천과 아산은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운다는 비난을 받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민·민 갈등을 조장한 셈이 됐다.

그러나 정부의 잘잘못을 따질 시간적 여유가 없다. 당장 오늘과 내일 우한지역에 고립돼 있던 한국 교민을 실은 전세기가 들어온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역주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안전한 방역체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불편함을 감수하는 주민들을 위한 의료시설 확충 등의 약속을 해야 한다. 만일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정부가 져야 할 몫이다. 메르스 사태로 우리가 얻은 교훈이 많지만 그중 가장 큰 게 '배려'다. 지금은 진천· 아산주민의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