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13 지방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임종석(54)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검찰에 출석해 11시간30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임 전 실장을 이날 오전 10시5분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임 전 실장은 오후 9시32분께 조사를 마친 뒤 검찰청사를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조사 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설명해 드렸는데 대체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송철호(71) 울산시장에게 지방선거 출마를 권유한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이 변함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이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를 대가로 자리를 제안했는지를 묻자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에 분명하게 설명을 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고 이의제기한 부분도 없었다고 했다. 또 검찰 측이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새롭게 제시한 것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공개출석을 예고했던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5분께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이번 사건은 작년 11월 검찰총장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 8개월 덮어놓은 사건을 이첩할 때부터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말 제가 울산 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나. 못하면 누군가는 반성도 하고 사과도 하고 그리고 책임도 지는 것이냐"고도 말했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을 상대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 출마와 당내 경선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캐물었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 친구인 송 시장에게 출마를 직접 권유했고 경선 없이 공천을 받는 데도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송 시장 선거캠프에서 참모 역할을 했던 송병기(58)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하는 것을 면목 없어 해 비서실장이 요청한다'는 취지의 2017년 10월 메모를 확보했다.
민주당은 이듬해 4월 경선 없이 송 시장을 단수 공천했다.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송 시장 공천 확정에 앞서 당내 경쟁자였던 임 전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 대가로 공기업 사장 자리 등 공직을 제안한 혐의로 전날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송 시장의 공약 수립에 도움을 주는 등 그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한 여러 정황을 포착해 수사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임 전 실장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는 전반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임 전 실장 조사 내용을 토대로 추가 소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에 대한 결정은 총선 이후에 내릴 계획이다.
검찰은 전날 청와대·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 한 전 수석, 황운하(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며 수사를 일단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