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달 20일 첫 발생 이후 약 일주일간 4명에 그쳤던 확진자가 지난주 중반인 30일부터 2일까지 나흘 동안 11명이 추가돼 총 15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3번 확진자와 접촉한 6번 확진자를 통해 가족 2명이 3차 감염되면서, 바이러스 토착화와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긴장감이 치솟고 있다. 5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는 임시 역학조사관을 추가 투입하고, 이미 출국한 중국인 관광객이 확진자로 드러난 제주도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정부에 공식 건의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사고수습본부회의를 열어 중국 후베이성을 2주 안에 방문한 외국인에 대해 4일부터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제주도의 무사증 입국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상 중국인에 대한 제한적 입국금지 조치인 셈이다. 이와함께 밀접 접촉자와 일상 접촉자 구분 없이 확진자와의 모든 접촉자를 자가격리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시간 감염병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어 사태의 엄중함을 보여줬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효적인지는 향후 신종 코로나 확산 여부에 따라 판정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전문가들과 여론의 요구에 비해 한참 늦은 대응이라는 점만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지난 23일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청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26일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은 뒤 현재 만명을 넘었다. 의협 등 전문가 집단도 제한적인 입국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답변을 망설였고, 여당대표인 이인영 원내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권인사들은 단계별 조치로 검토해야 할 중국인 입국금지를 난데없이 '외국인 혐오'로 규정하고 나섰다. 그러는 사이 격리되지 않았던 일반 접촉자에 의한 감염이 발생했고, 중국인 확진자는 제주도를 여행하고 돌아갔다.

즉 대통령은 과도할 정도의 대응을 주문했지만, 발병국 국민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여권인사들이 앞장서 반대하고 청와대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최후의 자위수단을 스스로 제한한 결과를 초래했다. 상황은 엄중하다. 7만명에 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이 예정돼있고, 신종 코로나는 중국 전역에 번진 상태다. 외교 운운하며 내려야 할 결단을 미루는 일이 반복되면 안된다. 국민안전을 위해서 외교 이익을 포기할 각오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결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