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씨는 1989년 7월25일 오후 7시30분께 경찰에 연행됐다. 3개월 뒤 수원지법 형사2부는 윤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진술, 검사 및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감정의뢰 회보서 등 증거가 윤씨를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지난 1월14일 법원은 윤씨의 살인, 강간치사 사건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재심개시결정문에 적힌 재심 개시 이유 중 첫 번째는 이춘재(56)의 진범 취지 자백진술이다. 이춘재 자백은 공은경 프로파일러가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의 대화다.
"다 내가 한 것으로 밝혀지면 경찰이 곤란할 것 아니냐. 곤란하면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것은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춘재씨가 한 일이 맞다면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이춘재는 펜과 종이를 달라고 한 뒤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라고 적었다.
그런 것은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이춘재가 오래 숨겨둔 진실을 털어놓았다.
본격적으로 공판이 시작되면 '어쩌다' 가장 먼저 진실을 털어놓은 이춘재와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 수사검사, 국과수 담당자 등 사건 관계자 대다수가 변호인단 예고대로라면 윤씨 재심 공판 증인석에 앉게 될 것이다.
아무도 의심스러워 하지 않은 탓에 피고인 윤씨만 온몸으로 불이익을 떠안고 수십년을 살아왔다.
이춘재가 먼저 진실을 이야기했다. 이제라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일이 맞다면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