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151층 '인천타워' 경기침체로 백지화
세계 여섯번째 높은 448m '청라 시티타워'
관광객 붐비는 '내실있는 건축물' 준비해야

관공서도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홍보할 때 랜드마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등의 문장을 넣어 기대감을 높이는 방식이다. 민간은 랜드마크라는 표현이 아파트·상가 등 분양 대상의 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관공서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듯하다.
랜드마크는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를 말하는데, 현시대에선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을 의미한다. 랜드마크라는 용어가 지역의 대표 부동산을 가리키는 단어로 굳어진 것이다.
인천의 랜드마크는 어디일까.
개항기 랜드마크 중 하나는 영국인 제임스 존스턴의 별장이었을 것이다. 인천의 언론인이자 향토사학자였던 고일(1903~1975) 선생은 1955년 펴낸 '인천석금'에서 '항구로 들어오는 배 위에서 인천 시가지를 바라보면 청관의 지하실이 고루거각(高樓巨閣)으로 다가왔고, 만국공원(자유공원)에 우뚝 솟은 독일식 건물 '인천각'(존스턴 별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고 했다. 향토사학자 최성연(1914~2000) 선생은 1959년 낸 '개항과 양관역정'에 '응봉산 서쪽 산꼭대기 비단결 같은 잔디 위에 아담스레 자리 잡은 인천각은 가까이 가면 구석구석 오밀조밀한 건축미의 극치를 이룬 귀족적 향기가 높은 영국식의 커다란 근세 전당이요! 멀리 인천 앞바다에서 바라다보면 응봉산의 아물아물한 시야 속에서도 색채가 영롱하게 도드라져 보이던 탓으로 일찍이 국내외 선원들로부터 인천 항구의 랜드마크로 불리어 왔다고 전한다'고 기록했다. 최성연 선생이 '근세 전당'이라고 극찬한 존스턴 별장은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사라졌다.
갯벌을 메워 만든 송도국제도시에 랜드마크를 세우는 사업도 추진됐었다. 151층짜리 쌍둥이 빌딩인 '인천타워'다. 당시에는 각국 주요 도시들의 마천루 경쟁이 치열했다. 송도 6·8공구에 계획했던 인천타워 건립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백지화됐다. 이 일대 개발사업은 인천타워 건립이 무산되면서 아파트 단지 조성사업으로 쪼그라들었고, '송도랜드마크시티'라는 명칭만 남게 됐다. 인천타워가 계획대로 건립됐다면, 인천의 랜드마크가 됐거나 높은 공실률로 속이 텅 빈 애물단지가 됐을 것이다. 송도는 오피스 공실률이 높은 편이다. 송도국제업무단지에 우뚝 솟은 포스코타워(68층)도 포스코인터내셔널(옛 포스코대우)이 채우지 않았다면 공실이 많았을지 모른다.
지난해 11월2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호수공원 음악분수 앞 야외무대에서 '청라 시티타워 및 복합시설 기공식'이 열렸다. 청라 시티타워(448m)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전망용 건물이자,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전망타워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공식에선 "지역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 랜드마크로 조성될 것" "대한민국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랜드마크가 될 것"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세계적인 명소가 되길 기원한다" 등 축사가 이어졌다. 진정한 랜드마크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몸집보다 내실이다. 관광객이 365일 붐비는 시티타워가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